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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소장' 의혹에 정의연 "길원옥 할머니 돈 간병비로 사용…양아들도 받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고(故) 손모 소장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권 일각의 의혹 제기와 언론 보도에 대해 억측과 명예훼손을 멈춰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정의연은 18일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92) 할머니의 양아들 황모 목사와 그의 아내 조모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언론은 황 목사 부부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길 할머니가 매달 받던 정부 지원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는데 이를 알게 된 조씨가 손 소장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손 소장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정의연은 이에 대해 “고인(손 소장)과 길원옥 인권운동가, 정의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며 “길 할머니는 마포 쉼터에서 요양보호사 4명의 돌봄을 받았으며 길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은 대부분 ‘간병비’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매월 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하는 보조금으로는 부족해 2019년(지난해)에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계좌에서 1,545만6,000원이 간병비로 추가 지급됐다”고 전한 뒤 “오히려 양자인 황 목사 부부가 오랜 기간 길 할머니로부터 정기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길원옥 할머니(왼쪽), 길 할머니의 손자로 알려진 A씨가 작성한 댓글. /연합뉴스, SNS 캡쳐


아울러 정의연은 “요양보호사들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양아들에게 정기적으로, 방문 시 혹은 특별한 요청에 따라 현금을 제공했다”면서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지자 손 소장이 양아들 은행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6월1일에는 2차례에 걸쳐 3,000만원이 양아들(황 목사 부부)에게 지급됐다”고도 했다.

또한 정의연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길 할머니의 치매설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 보도대로 길 할머니가 이미 치매 상태라면 지난 5월 길 할머니의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져가 양자 등록을 한 황 목사의 행위도 문제가 된다”고 반박했다.

덧붙여 정의연은 “길 할머니는 적극적 기부활동으로 인권의 가치를 널리 퍼트리셨다”며 “할머니의 기부금은 공시에 별도로 표시되지 않았을 뿐 기부금 전체 금액에 포함돼 있고, 결산서류에 정확히 반영돼 있다”고 했다.

한편 길 할머니가 정의연의 마포쉼터 ‘평화의 우리집’에 머물면서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받아온 350만원이 매달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는 진술이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로부터 나왔다.

조씨는 이를 확인한 뒤 마포쉼터 손 소장에게 정확한 돈의 ‘사용처’를 알려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으나 결국 증빙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손씨는 지난 6일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는 최근 받은 검찰조사에서도 해당 부분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씨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길 할머니의 양아들 황모 목사와 그의 아내 조씨는 지난 1일 길 할머니가 머물던 마포쉼터를 방문했다. 당시는 검찰이 마포쉼터 압수수색 등 정의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와중으로 이 자리에서 손씨는 황씨 부부에게 자신의 명의(손영미)의 통장 2개를 건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연합뉴스


통장 2개에는 각각 2,000만원,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 손씨는 돈의 출처에 대해 ‘길 할머니가 사망 후 아들에게 2,000만원을 주고 나머지 1,000만원은 본인 장례비로 써달라고 하신 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씨에게 “내가 이걸(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불안하다. 자꾸 압수수색하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조씨는 손씨와 함께 쉼터로 돌아와 쉼터 2층에서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조씨는 손씨에게 “소장님(손영미) 명의 말고 어머님(길원옥 할머니) 명의의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손씨를 한숨을 쉬고 길 할머니 명의 통장 2개를 가지고 왔다.

길 할머니의 통장을 확인한 조씨는 길 할머니가 정부 등으로부터 매달 받은 350만원이 매달 어딘가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그 돈을 봤는데 살이 떨렸다”며 “(누군가 돈을 계좌에서) 다 뺐더라. 통장을 보니까 가슴이 아팠다. 진짜 위안부 할머니를 앵벌이시켰구나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장을 본 조씨는 손씨에게 “어머니 돈이 어디 쓰였는지 알고 싶다”고 요청했고, 그러자 갑자기 손씨는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조씨는 “소장님, 그거 해명해주십시오”라고 재차 이야기 한 뒤 쉼터를 나섰다. 그리고 이틀 뒤인 지난 3일 조씨는 손씨에게 ‘소장님 아직 멀었나요. 은행 가시면 5~10분이면 (금액 사용처) 기록을 출력할 수 있는데 그걸 왜 안 주시나요. 바르게 하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메시지를 받은 손씨는 조씨에게 전화를 걸어 “(2017년) 위안부 배상액 1억원 중 5,000만원은 정의연에 기부했고 1,000만원은 당시 조 씨 부부께 드리지 않았느냐”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아들 황씨 측은 “1,000만원이 배상금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는 ‘저와 관련한 모든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길 할머니 유언장에 대해서도 손씨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올해 5월 황씨 부부는 쉼터에 연락해 ‘윤미향이 그런 유언장을 받아낸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손씨는 “윤미향 의원이 지금 (정의연 사태로 인해) 정신이 없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 윤 의원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답변했지만, 만남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앞서 조씨는 지난 7일과 11일 두차례 이뤄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소장 손씨가 길 할머니의 계좌를 활용해 돈 세탁을 했으며, 해당 문제를 제기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배후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에 정의연 측은 오히려 양아들 황씨가 소장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해왔으며, 손씨가 사망하기 전 황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냈다고 주장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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