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헌혈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저출산 고령화라는 악재까지 맞물려 수혈용 혈액 재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혈용 혈액이 모자라 안타까움 목숨을 잃게 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헌혈참여 확대법’이 발의돼 주목된다.
홍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은 헌혈참여 확대와 혈액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혈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는 “헌혈 감소 추세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수혈용 혈액 재고에 ‘비상등’이 켜졌다”며 “헌혈 활성화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헌혈을 많이 하신 사람에게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용료·입장료·수수료 감면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하여금 다회 헌혈자에 대한 헌혈포장을 수여할 수 있도록 했고, 헌혈 동참 증진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헌혈 명문가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홍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로 헌혈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수혈을 필요로 하는 이는 증가하고 있어 혈액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수혈용 혈액 재고가 3일분 미만 수준까지 하락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한 바 있어 보다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혈액재고 평균 보유일수는 지난 2017년 5.4일분이었지만 2018년 4.5일분, 2019년 4.3일분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최근 일 단위로는 3일분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5일분 이상은 비축해둬야 원활한 혈액 수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 혈액 재고가 3일분 미만이 되면 의료기관의 필수적인 기능 수행에 차질이 빚어진다. 일부 출혈을 동반하는 시술은 연기해야 할 수 있다. 혈액 재고가 1일분 미만이 되면 생명이 위태롭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는 수혈이 제한된다.
더 큰 문제는 헌혈 감소세에 빠른 시일 내에 바꾸기 힘든 인구 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헌혈 실적은 2017년 271만4,819건에서 2018년 268만1,611건으로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10~20대 헌혈자에 대한 의존도가 67% 수준으로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젊은층 인구가 감소하면 구조적인 헌혈 실적 저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장년층의 헌혈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헌혈참여 실적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 중장년층 실적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홍 의원은 “의료 현장에서 혈액 부족으로 수술 등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회헌혈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헌혈 참여 확대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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