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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정부 회의서 흥얼거리는 장관

정영현 문화레저부 차장





최근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취재원이 전해줬다. 한 장관이 회의 시작 전에 조금 일찍 도착해 자리에 앉더니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다른 참석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래도 장관의 콧노래는 계속됐고 결국 다른 장관이 자제해달라는 뜻을 에둘러 표현했다고 한다.

‘듣다 못해’ 말린 것인지 ‘보다 못해’ 그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니 슬쩍 눈치를 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변 반응에 그 장관은 도리어 ‘미국처럼’ 우리도 편하게 회의를 하면 안 되느냐는 식의 아쉬움을 흘렸다고 한다.

회의 시작 전이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초등학생도 수업 시작 전에 교과서를 미리 펴는 정도의 준비는 한다. 심지어 지금은 누구나 알듯이 평시가 아니라 준전시 상황이 아닌가. 지난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위기 때 정세균 총리가 언급했던 ‘코로나와의 전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과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차 파도에 대한 경고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

게다가 감염병은 이미 한참 전에 방역·보건 영역을 벗어났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은 물론이거니와 대기업조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성에 힘들어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려 죽나 굶어 죽나 매한가지’라는 절박함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중대 문제다. 교육·복지·안전 분야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툭툭 불거지고 있다. 부모가 출근한 후 집에 홀로 남은 아이만 신경 써야 할 게 아니라 부모와 함께 집에 머무는 아이가 학대당할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해야 하는 지경이다. 빈곤층 노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또 하나, 장관이 언급한 ‘미국처럼’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미국인도 아무 자리에서나 여유롭게 하하 호호 하지 않는다는 것을 흥얼거린 장관 본인이 경험상 더 잘 알리라 생각한다.

회의 분위기 하나만 갖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게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의 여당 압승에 덩달아 도취된 것인지,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어서인지 느슨해진 내각에 관한 이야기가 자꾸 들린다. 지금 국민은 불안하고 몹시 힘겹다. 현 감염병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겪어본 적 없는 또 다른 위기가 터질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행여 그럴 경우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물러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특정한 발언이기는 했지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회고록 출간 기념회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래도 장관은 달라야 하지 않겠나.”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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