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에듀테크(교육기술) 기업들의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곳곳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은 21일 ‘에듀테크 소프트랩(가칭)’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에듀테크사들이 각자 개발한 기술을 알리고 학교 등 교육기관들도 직접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무료 공간이다.
KERIS는 교육부·지방자치단체와 논의를 거쳐 올 하반기 소프트랩 조성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ERIS 본사가 있는 대구의 정보기술(IT) 기업 집적단지인 알파시티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경기도 판교 등에 소프트랩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박 원장은 “에듀테크사가 창업 경험이 짧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이들이 기술과 인력을 교류할 수 있는 무료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학교에서 에듀테크 기업의 기술을 사용하려고 해도 어떤 기술이 있는지 모르고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소프트랩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듀테크 산업이 가장 발달한 국가로 꼽히는 영국에서는 지역 곳곳에 테스트베드가 있다. 업체가 상품을 전시하고 정부나 교육기관에 연구 성과와 기술 효과를 알리는 다목적 공간으로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매년 1월 하순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교육기술박람회인 ‘BETT’에 각국의 교육정보화 기관과 기업들이 총집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업체 100곳 이상이 올해 1월 BETT에 참가했다. 저도 가고 싶었지만 K에듀파인 개통 준비로 참석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KERIS는 지난해 11월부터 소프트랩 조성계획을 세우고 국회에 관련 예산 30억원을 요청했지만 실제 편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는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탓에 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 원장은 “교육부·기획재정부 논의를 거쳐 올해 예산을 다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KERIS는 에듀테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민간 기업이 원격수업 플랫폼 시장에 적극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방침이다. 온라인개학으로 혼란을 겪을 당시 단기간에 서버가 안정화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민간 기업들의 기술에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현재 원격수업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EBS온라인클래스’, KERIS의 ‘e클래스’ 등 공공 시스템과 구글 클래스룸 등 해외 기업 플랫폼이 주로 쓰이지만 여러 국내 민간 플랫폼까지 생기면 학생·교사들의 선택지도 그만큼 늘어난다.
박 원장은 “요즘 에듀테크사들을 만나보면 새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많다. KERIS는 플랫폼 기준만 정해주고 민간 기업도 교육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학교에 바우처를 지급하면 여러 플랫폼 가운데 원하는 상품을 구매해 쓰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ERIS의 대표 시스템인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수출은 국내 에듀테크사들에는 해외시장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원장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나이스 수출 구상을 처음 제안했다”며 “나이스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시스템이다. 나이스가 수출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에듀테크 기업들에 비빌 언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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