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6·17 부동산 대책’으로도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21일 예고했다. 김 실장은 다만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일부 보완책을 언급했지만 추가 불안시 23번, 24번 대책을 내놓겠다고 다시 한번 공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22번째 대책인 ‘6·17 대책’을 놓고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희망만 꺾을 뿐 집값 안정에는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해지는 등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국토교통부 게시판에는 민원이 계속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논란은 계속 나왔는데 이번은 예사롭지 않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뚜렷한 잣대 없이 풍선효과를 잠재운다며 이것저것 갖고 와서 대책을 만들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 “모든 정책 수단 동원할 것”=김 실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21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6·17 대책으로 모든 정책 수단을 소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부동산 대책은 없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은 어떤 내용을 발표하더라도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분야”라며 “6·17 대책으로 인한 어려움과 하소연을 알고 있고 그런 부분은 국토교통부가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갭 투자에는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김 실장은 “갭 투자와 법인을 통한 투자가 부동산시장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은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기존에 있던 정책의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는 쪽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자금을 기초로 주택 마련이라는 갭 투자는 한국 시장에서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라며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무주택자와 1주택 가구에 대해 규제로 인한 불편함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며 청년·신혼 가구를 위한 대책을 설명했다. 그는 “실수요자는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에서도 배려를 하고 있다”며 “공공투자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제공할 물량 비율을 30%로 올렸고 민간주택도 20%로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22번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22번의 대책에는 주거 대책과 이왕 발표됐던 큰 대책의 보완, 구체화 작업과 관련한 발표들이 있다”며 “크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일곱 차례”라고 답했다.
◇거세지는 ‘6·17 대책’ 후폭풍=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서 이번 대책으로 피해를 입은 실수요자들이 잇따라 항의에 나서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국토부 장관 경질과 관련 공무원 및 가족 모두에 대해 부동산 조사를 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청원도 나오고 있다.
‘6·17 대책’에 항의하기 위해 한 청원인은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주택 서민과 대책을 만든 공무원 중 누가 투기꾼인지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청와대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회자되면서 현재 동의 인원이 1만6,000여명을 넘어섰다. 내용은 “이번 대책이 무주택 서민을 투기꾼과 같은 취급을 하고 있다. 국토부를 비롯해 대책을 만든 공무원과 가족들에 대한 부동산 거래 내역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청원인은 ‘저는 부동산 투기꾼 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인천 계양에 살고 있다는 이 청원인은 “검단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대출이 줄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도 때아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번 대책과 관련해 궁금하고 답답한 사항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제대로 물어볼 곳이 없자 국민들이 보도자료 게시판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피해를 입게 된 서민들이 잇따라 항의에 나선 것이다.
이밖에도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접경지역을 제외한 거의 수도권 전역으로 넓힌 것에 대해서도 신규 편입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인천 검단이나 경기도 양주 등의 거주자들은 “얼마 전까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있었는데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과 대치동·청담동, 송파구 잠실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데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뚜렷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윤홍우·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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