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벌어지고 있는 브라질에서 실제 코로나19에 걸린 이들의 수가 공식 통계의 6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이 연구가 맞는다면 브라질 내 실제 감염자는 6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앞서 제기된 브라질 정부의 코로나19 통계 축소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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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감염률 53% 급증
FP가 인용한 연구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펠로타스 연방대학이 실시한 것으로 지난 11일 발표됐다. 서울경제가 이 연구 자료를 직접 확인한 결과 이 대학 연구팀은 5월 중순과 6월 초 코로나19 관련 표본을 대조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위해 5월 14~26일에는 2만5,025명을 대상으로 관련 인터뷰 및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으며 이후 6월 4~7일에도 3만1,165건의 인터뷰 및 검사를 실시했다.
두 시기의 조사 결과를 비교한 결과 브라질 내 주요 도시 83곳에서의 코로나19 감염률은 1차 확산기인 5월 1.7%에서 2차 확산기인 6월 2.6%로 뛰었다. 약 2주 만에 감염률이 53% 급증한 셈이다. 연구팀 측은 “이 같은 증가세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면서 “앞서 스페인에서 진행했던 유사 연구에선 단지 감염률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 "브라질 정부, 통계 축소하려 발표 안했다 번복" |
이에 따라 확진자 증가 수치는 1만2,581명에서 1만8,912명으로 더 늘어나고 사망자 증가 수치는 1,382명에서 525명으로 줄었다. 앞서 확진자와 사망자 누적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가 보건 전문가와 정치권, 법조계 등에서 비난이 빗발치자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에 부실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관련 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두고 장난하는 것이냐”라며 “보건부가 수치를 왜곡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을 더 어렵게 했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지난 6일 보건부는 확진자와 사망자 누적치를 발표하는 것이 코로나19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24시간 동안 달라진 내용만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축소하려는 의도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전 세계 코로나19 현황 집계에서 잠깐 브라질을 제외했다가 다시 포함하기도 했다. 보건부는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에야 코로나19 피해 현황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코로나19 통계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6개 주요 현지 매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27개 주 정부로부터 직접 자료를 받아 별도로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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