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폭로성’ 회고록에 대해 “정부간 상호 신뢰에 기초에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관련 입장을 미국이 오도하도록 만든 인사가 정 실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도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열정적인 춤 이름)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김정은이나 우리 쪽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보다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을 찾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한 정 실장의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 재임 당시 정 실장의 카운터파트로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였다.
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은 그의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다”면서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미 백악관을 떠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청와대가 공식 대응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볼턴 전 보좌관이 주장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생각을 ‘정신분열적’이라고 하는 등 회고록에 수록된 표현이 도가 지나친데다, 회고록이 확대 재생산되며 사실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에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의 행위를 외교 원칙 자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 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 실장의 이같은 입장은 21일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에 전달됐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윤 수석 역시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하는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밝혔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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