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의 주소에 ‘센카쿠’라는 표기가 들어가도록 하는 내용의 개명안을 통과사켰다. 일본 측은 영토 분쟁과 관련 없는 행정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키나와현 이시가키 시의회는 센카쿠 열도의 주소 표기를 현재 ‘이시가키시 도노시로’에서 ‘이시가키시 도노시로 센카쿠’로 변경하는 의안을 이날 회의에서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부터 센카쿠 열도의 주소 표기가 이시가키시 도노시로 센카쿠로 변경된다.
센카쿠 열도를 실효 지배하는 일본은 이 지역이 이시가키시에 속하는 것으로 행정구역을 분류하고 있다. 주소 표기 변경안을 제출한 나카야마 요시타카 이시가키 시장은 도노시로라는 표기가 이시가키 섬 중서부 지역과 센카쿠 열도에 모두 사용되고 있는데 주소로는 어느 섬인지 쉽게 구분이 안 되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카쿠 열도와 이시카기 섬의 주소 표기를 구분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나카야마 시장은 “정치적 의도는 없으며 행정 절차의 범위 내”라고 기자들에게 주소 표기 변경에 관해 이날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개명안을 영유권 분쟁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조치로 받아들이고 반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그동안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 도서는 오래 전부터 중국 고유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또 “댜오위다오의 주권을 넘보는 일본 측의 언행은 객관적인 사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22일까지 70일 연속으로 센카쿠 열도 인근 해상인 ‘접속수역’에 당국 선박을 보내는 등 센카쿠 열도를 두고 일본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대만은 지난 11일 이란현 의회에서 ‘댜오위타이(釣魚台, 대만 명칭)’의 지명을 ‘터우청댜오위타이(頭城釣魚台)’로 개명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이름짓기 경쟁’에 먼저 뛰어들었다. 안건을 발의한 국민당 소속 차이원이 의원은 “댜오위타이는 이란현 터우청진에 속한다”며 “일본은 댜오위타이의 지명을 변경할 아무런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댜오위타이의 주권이 대만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일본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지명 변경 의결에 앞서 선제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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