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10명 중 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을 겪으며 자신이 혐오·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나왔다.
인권위는 차별에 관한 국민의식 전반을 짚어보는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2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차별 시정을 위한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인 지난 4월 22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69.3%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이 존재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종교인(59.2%)이 가장 큰 차별 대상이 됐다고 응답했다. 특정 지역 출신 시민(36.7%), 외국인 이주민(36.5%), 특정 질환자(32.3%) 등이 뒤를 이었다. 대구·경북 지역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 전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는 물음에도 10명 중 9명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성별, 연령대, 거주지역, 직업 등 모든 세부 계층에서 80% 이상이 여기에 공감해 코로나19 이후 전 계층의 차별 민감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우리 사회의 차별 수준이 심각하다고도 답했다. 과거와 비교해 차별 정도가 심화되고 있냐는 질문에도 40.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응답자들은 ‘경제적 불평등’(78.0%)를 가장 크다고 꼽았다. 성별(40.1%), 고용형태(36.0%), 학력 및 학벌(32.5%), 장애(30.6%), 빈부격차(26.2%)가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차별에 대응한다면 향후 차별이 구조적으로 고착화 돼 사회적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응답(67.9%)이 자연적으로 완화·해소될 것이라는 응답(32.1%)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왔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 내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 전 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응답자의 93.3%는 차별을 ‘그 해소를 위해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회문제’로 봤다. 차별 해소와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도 88.5%가 찬성을 표했다. 지난해 조사의 72.9%보다 증가한 것이다. 악의적 차별에 대한 형사처벌의 정당성을 묻는 질문에는 86.5%가 공감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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