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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은 미국이나 가능…모든 나라가 자급자족하면 재앙될 것”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컬럼비아대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웨비나

美 등과 中 신뢰 깨져 과거 같은 협력 안 돼

미국 기업들, 정부에 대중 강경책 요구

中 시설 추가이전 또는 본국 회귀할 듯

비용편익 분석 및 자동화 추세도 고려대상

마틴 울프 FT 수석이코노미스트 / 웨비나 화면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가운데 하나인 제조업의 본국 회귀(리쇼어링)는 미국이나 가능한 게임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탄탄한 내수와 정치·경제·군사적 우위를 갖고 있는 미국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대부분의 국가는 제대로 된 리쇼어링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22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 글로벌 센터 주최로 열린 ‘세계화의 미래-서플라이 체인에 팬데믹이 미친 영향’ 웨비나에서 나온 얘기인데요.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서플라이 체인을 통한 협력은 정치인과 사람들, 기업의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에서 나온다”며 중국과의 신냉전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 사이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관계가 더 벌어지면서 사람들이 공급망에 더 민감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앞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공급망 유지는 더 이상 어렵다는 게 울프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입니다.

그는 “앞으로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베트남과 멕시코 같은 대안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것”이라며 “모두 집으로 가자는 건 기본적으로 미국에 적합한 게임이며 세계의 어느 나라도 이를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민족주의가 득세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해외공장을 국내로 불러올 수 있을까요. 미국 공장을 닫고 중국 생산시설을 폐쇄한 후에 국내에 증설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입니다.

현실은 반대입니다. 되레 미국과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팔려면 여기에 공장을 더 지으라”고 하겠지요. 실제 대만 TSMC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삼성에도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죠. 국내보다 해외 시장 비중이 더 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리쇼어링 바람을 타고 돌아온다는 것은 순진한 얘기일 뿐입니다.



물론 비용편익 분석이 필요하든 게 울프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입니다. 개발도상국의 임금이 이제 많이 올랐고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어디에서 생산하는지가 더 유리한지는 따져봐야겠지요. 하지만 이미 기업들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국내 생산이 더 유리한데 해외생산을 고집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보면 됩니다. 단순 생산비용 이외에 규제든 고용이든, 정치 리스크든 총비용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자국 생산 비용 극도로 높아져...1930년대 대공황 불러올 수도
울프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가 보호주의를 펴면서 문을 걸어잠그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모든 나라가 자급자족을 하게 되면 비용이 극도로 비싸진다”며 “자급자족을 한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세계가 1950년대 개발도상국이 했던 것 같은 자급자족을 하게 되면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며 “(폐쇄정책을 편) 소련은 매우 매우 나쁘게 끝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요국이 1930년대 보호무역주의를 편 결과 대공황이 오는 실수를 범했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모든 물건을 자국 내에서 만든다고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19 와중에 미국 내에서 육류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이는 수입 문제가 아니라 미국 내 가공공장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서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루스 데프리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의 가공공장이 전국적으로 10개 이내의 지역에 매우 밀집해 있어 변동성이 크다”며 “식량에 대한 무역제한은 먹거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저개발 국가에 치명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도 보호무역주의로 대공황이 다시 오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중국을 대하는 미국 기업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울프 이코노미스트의 말처럼 중국과 예전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건데요. 브레머 회장은 “미국 기업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이 없다고 말한다”며 “이는 법치주의의 부재와 지식재산(IP)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어 “5년 전 할리우드는 그들의 미래를 중국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포춘 500대 기업들이 정부에 이제는 중국에 더 강하고 세게 나가달라고 한다. 이는 2년 전 봤던 것과는 큰 변화”라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중국에서 사업기회를 찾던 기업들이 불확실성과 지식재산권 침해 때문에 입장을 180도 바꿨다는 겁니다. 애플만 해도 에어팟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것을 비롯해 탈중국 속도를 높이고 있죠.

결국 리쇼어링과 공급망 개편도 강대국 논리가 적용됩니다. 미국이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우리에게 종용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들의 본국 회귀를 드러내놓고 추진하고 있는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국내 양질의 일자리 확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논리라면 미국과 중국, 유럽, 인도, 남미 등 주요국이 자기네 나라에서 물건을 팔려면 현지에서 생산하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양쪽에서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만 양쪽에서 모두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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