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간 따라다니던 부담이 관객의 환호에 비로소 녹아내렸어요.”
지난 16일 뮤지컬 ‘모차르트!’의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의 개막 무대가 펼쳐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첫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배우들은 커튼콜 무대에서 울먹이며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예술가적 고뇌와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뒤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특히 올해 10주년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한 차례 개막이 연기됐던 터라 배우와 관객 모두 벅찬 감정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으로 날아와 2주간의 자가격리도 마다치 않은 영국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준비한 무대. 그 노력을 향한 관객의 환호는 지난 몇 달의 고단함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성공리에 무대를 올린 그는 지난 18일 영국으로 돌아갔다. “한국 관객으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고 간다”는 그를 18일 귀국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4월 7일부터 6월 18일까지, 두 달하고도 열흘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절정이던 4월, 오스몬드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연이 정상적으로 개막할 수 있을지부터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걱정도 됐지만, 관객들과의 약속, 그게 먼저였어요.” 뮤지컬 ‘스위니 토드’(2007)와 ‘번지점프를 하다’(2012)의 초연, 그리고 ‘모차르트!’의 2014년 공연을 연출하며 “한국팬이 주는 끈끈한 유대감”을 느껴온 그이기에 관객과의 만남을 위한 자가격리는 큰 고려사항이 되지 않았다. “격리 시설에서 방문이 닫히던 순간 잠깐 위축되긴 했지만, 곧 제 페이스를 되찾고 모차르트를 준비했어요. 좁은 공간이었지만 운동도 했고,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죠.” 공연팀과 대면한 것은 입국한 지 21일이 지나서였다. 연습실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만나던 날의 감동은 다시 생각해도 울컥한다. 그는 “지금 작업을 할 수 없는 내 친구들과 동료들, 여러 아티스트들이 순간 떠올랐다”며 “전 세계 공연계가 셧다운 된 가운데 내가 다시 한국에 왔고, 모차르트의 10주년 공연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오스몬드는 이번 10주년 공연에서 그동안 선보였던 여러 버전의 에너지를 하나로 응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모차르트!’는 그동안 유희성, 오스몬드, 고이케 슈이치로 등 세 명이 연출을 맡아 저마다의 색깔을 보여준 바 있다. 오스몬드는 “그동안의 프로덕션의 장점을 골고루 흡수하고자 했다”며 “내 개인적으로는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버전이 아닌가 싶다”고 자평했다. 2014년 연출 때는 예술가 모차르트에 이입했다면, 이번 무대에선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에 공감하며 부자 관계를 좀 더 부각하고자 했다. 연출가 본인도, 관객도 지난 10년간 작품과 함께 성장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세대의 이야기는 특히 한국에 많이 스며들어 있는 화두 같다”며 “작품 속 많은 캐릭터를 통해 관객마다 같은 대본에서도 다른 진실을 발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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