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텔과 결별하고 컴퓨터에도 자체 개발한 칩을 사용한다. 애플은 아이폰부터 맥 컴퓨터까지 모든 제품에 자사 칩을 사용해 애플 생태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에서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를 모든 컴퓨터 제품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애플워치에는 자체 개발한 칩을 사용해왔으나 맥북·아이맥·맥프로 등 컴퓨터 제품에는 인텔이 만든 칩을 탑재해왔다. 앞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하는 암(ARM) 기반의 칩을 맥 컴퓨터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올해 말께 자체 칩이 내장된 컴퓨터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쿡 CEO는 이날 “대담한 변화를 주는 것은 훨씬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간단하지만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고 맥 컴퓨터에도 자체 칩을 적용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외신들도 애플이 인텔과의 오랜 동맹을 끝낸 데 대해 인텔의 성능 개선 속도가 지지부진하고 제품과 칩의 동기화가 잘 되지 않아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쿡 CEO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자체 설계한 칩과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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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CEO가 강조한 대로 애플은 전 제품에 자체 칩을 사용함으로써 아이폰부터 컴퓨터까지 제품 간 통합성을 향상시켜 제품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 및 아이패드와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이 달라 개발자들이 각각의 제품에 대해 서로 다른 코드를 짜는 등 제품 간 애플리케이션이 잘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으나 앞으로 전 제품에 같은 칩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앱을 보다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이번 발표로 지난 2005년부터 15년간 이어져온 애플과 인텔의 파트너십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당시 오랫동안 협업했던 애플과 모토로라·IBM의 파워PC 칩을 포기하고 인텔과 손을 잡았다. 인텔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인텔 전체 매출에서 애플 컴퓨터 라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며 “재정적인 부분보다는 상징적인 측면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인텔 고객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컴퓨터 제조업체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칩은 만들지 않고 컴퓨터용 칩에만 의존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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