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스쿨 미투’의 도화선 역할을 한 서울 용화여고 성추행 의혹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전직 교사가 첫 재판에서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23일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마성영)는 이날 오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5)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교내 생활지도부실과 교실 등에서 강제로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제자 5명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A씨 측은 피해자와 목격자의 여러 진술 증거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A씨 측 변호인은 “교복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졌다거나, 브래지어 끈 부위를 만지고 입으로 볼을 깨문 적이 없다”면서 “하체나 가슴 부위를 툭 치거나 어깨를 감싸 안은 행위는 있을 수 있지만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피해자들과 피고인의 관계는 담임과 제자이며 사건 모두 교실이나 교무실 등에서 일어났다”면서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신체 접촉이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의도적으로 특정 신체부위를 치거나 만진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이 사건은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지난 2018년 3월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를 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교사들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검찰은 2018년 4월부터 수사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A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으나 이듬해 2월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내자 추가 보완 수사를 한 끝에 지난달 말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한편 이날 오전 40여개 여성단체는 법원 앞에서 A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가해 교사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 본분임에도 제자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가해자들은 반성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고 학교도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했다”고 지적하면서 “스쿨미투 운동은 학생들이 권력에 짓눌려온 피해자의 목소리,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앞장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7월 21일이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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