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사업이 신산업·신기술 육성보다 기존 기술을 단순 활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예정처는 판단했다. 고용안정대책과 관련된 많은 사업이 일회성 단기 공공부조 성격에 그칠 수 있고, 금융안정패키지 후속조치도 기업에 대한 적극적 유동성 공급보다 리스크 관리에 치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까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재정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당정청은 추경안 신속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비상한 방법”을 주문하자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6월 내 통과는 국회의 지상명령”이라고 강조했고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6월 중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추경안의 조속처리를 다시 촉구했다. 비상상황에서는 추경안의 신속처리와 집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세금이 낭비 없이 꼭 필요한 부분에 쓰이도록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도 거대 여당이 추경안 처리를 밀어붙이면 졸속·날림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여야가 함께 불요불급한 예산은 걸러내고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밀 심사해야 한다. 이는 혈세를 내는 국민에 대한 국회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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