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방침을 밝힌 후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공사의 정규직 노조는 청원경찰 직고용 계획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준비중이고, 공사 보안검색 요원들은 직고용 과정에서 100% 정규직 고용 승계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공개채용 시험을 준비해 온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하는 등 공사 안팎으로 비난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전날 공사 정규직 노조는 청원경찰 직고용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공사 정규직 노조 측은 “노동자를 배제한 채 기습적으로 보안검색 1,900명을 청원경찰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공사의 행위는 인천공항 1만명의 노동자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이번 조치가 누구나 취업 준비를 해서 공사에 취업할 국민의 기회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기하기로 했다.
정규직 노조는 한꺼번에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이 직고용되면 기존 공사 직원들(1,500여명) 수를 뛰어넘어 노조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공사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힘든 경쟁을 뚫고 들어온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고용 대상자인 보안검색 요원들도 공사의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근무중인 모든 보안검색요원이 정규직이 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사는 이달 말까지 계약이 만료되는 보안검색 요원들을 일단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에 편제한 뒤 채용 절차를 진행해 합격자를 연내 직고용할 계획이다.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 중 약 30~40%가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들인데 이들은 경쟁 채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 채용에는 기존 보안요원 외에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기존 보안요원에 가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탈락자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 보안경비 노동자 등 공사의 다른 비정규직들도 동요하고 있다. 보안경비 노동자들은 당초 공사와 협의를 통해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을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슷한 보안 업무를 하는 보안검색 요원들이 직고용되면서 자신들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 해 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은 공사의 조치에 박탈감을 느낀다며 분노하고 있다. 보안검색 요원들을 직접 고용하면서 공사에 취업하려던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취업 정보 카페를 중심으로 ‘알바 해서 정규직하면 되는데 뭐하러 공부하나 ’라는 내용의 불만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도 뜨겁다. 한 청원인은 ‘인천공항에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인가’라며 ‘이건 평등이 아닌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고 썼다./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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