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軍최초 유격대 '백골병단'의 충혼, 70년이 지나도 잊지 말아야"

전인식 백골병단 전우회회장

20대 800명 3주 훈련 후 배치

인민군 중장 생포 등 큰 공로

적 포위공격으로 400명 전사

270명 명단 못찾아 안타까워





“적 후방에서 군번도 없는 유격대원들이 목숨을 바쳐 싸운 이유는 나라와 부모·형제를 지키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70년 전 20대의 꽃다운 청춘들이 품었던 멸사보국 정신이 지금의 청년들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6·25전쟁 당시 우리 군 최초의 유격대인 백골병단(육군본부직할결사대) 작전장교로 활약한 전인식(91·사진) 전우회장은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백골병단과 무명 전몰용사의 존재가 기억되기를 소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회장은 망백(望百)인 탓에 목소리는 떨렸지만 70년 전 상황을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해냈다. 징집동원령이 내려졌던 지난 1950년 겨울, 당시 21세의 건국대 학생이던 그는 대구 육군보충대에 입소했다. 유격대 배치를 예상도 못한 채 전국에서 모인 20대 청년들과 함께 이듬해 1월 3주간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그는 “기초군사훈련 중에 인민군의 ‘적기가(赤旗歌)’를 부르고 소련제 소총 등으로 훈련하고서야 인민군을 가장한 유격대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전쟁통의 결사대였던 만큼 부대는 급조됐다. 훈련 후 추려진 800여명은 3개 연대로 배치됐고 전 회장은 곧바로 대위로 임시 임관해 백골병단 11연대 작전참모로 투입됐다. 적 후방 교란, 인민위원회 조직 파괴 등의 임무를 맡은 백골병단 사령관은 나중에 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을 지냈던 고(故) 채명신 당시 중령이다.

“1951년 1월30일 당시 전선이 형성된 강원도 영월로 첫 작전을 나가던 날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오후10시 인민군 첩자의 안내를 받아 전선을 넘어 북진했습니다. 두렵지 않았어요. 나라와 부모·형제를 지킬 수 있다면 나 하나 죽어도 좋다는 혈기가 가득했지요.”

백골병단은 적지 않은 전과를 올렸다. 강원도 인제 적진에서는 인민군 정치보위부 소속 길원팔 중장(우리 군 소장급)을 생포하고 1급 기밀문서를 노획해 적 1개 여단을 궤멸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희생도 적지 않았다. 그해 3월 설악산 부근에서 퇴각하던 중 적의 포위공격을 받자 11연대 소속 윤창규 대위가 부대원의 탈출로를 확보하고 적을 유인하기 위해 수류탄으로 자결했다. 잦은 행군과 굶주림으로 400여명이 전사·실종하고 4월 생환 장병은 겨우 283명에 그쳤다. 부대는 2개월의 짧은 임무를 마치고 미8군에 예속되면서 해체됐다.



백골병단 11연대 1대대 소속 장병들. /사진제공=백골병단전우회


전 회장은 “전우를 먼저 보낸 죄책감에 수십년간 부대원 800여명의 명단을 발굴하는 데 전력했지만 아직도 270명의 이름을 찾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말했다.

정전 후 육군에 다시 입대해 중위로 예편한 전 회장은 노병(老兵)들과 함께 1961년 전우회를 만들고 강원 인제에 백골병단 전적비를 비롯해 무명용사와 고 윤창규 대위를 기리는 추모비 등을 세웠다. 그도 1962년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직접 38권의 백골병단 관련 저서를 발간하며 부대의 존재를 알린 노력 덕분에 노병들이 정식 군번을 받고 2010년 26명이 59년 만에 전역식을 치르기도 했다.

백골병단 11연대 3대대 생환 장병. /사진제공=백골병단전우회


그는 “일부 전우들의 명예를 되찾았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 유공자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인색하다”고 지적하면서 “신명을 바친 그들의 애국심만큼은 잊혀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가 바로 서야 전몰용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어려운 때일수록 청년들을 비롯해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