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상병수당(유급병가) 제도를 도입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역당국이 ‘아프면 쉬라’는 권고를 내리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상병수당 제도가 없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현실적으로 쉬기 어렵다. 감염병 대응 차원에서도,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도 상병수당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4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388호’에서 김기태 포용복지연구단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상병수당 부재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제언’이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 상병수당은 두 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면서 “하나는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가 질병을 참고 일터로 나왔을 때 생기는 전염병 확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미국에는 유급병가가 없어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온 결과 바이러스가 확산돼 700만 명이 감염된 사례를 실례로 들었다. 반면 독일에서는 노동자들이 유급병가를 써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 재원을 통해 상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스위스, 미국 4개국이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 나라는 직간접적으로 노동자의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무급병가를 보장하는 한편, 스위스와 이스라엘은 기업의 재원으로 노동자가 유급병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규제하고 있다.
그는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소요 재정을 계산한 과거 연구들을 보면 연간 비용을 최소 4,520억 원에서 최대 1조 5,387억 원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18년 기준 건강보험 총지출액이 약 66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추정액을 기준으로 해도 건강보험 총지출액의 2.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쉴 권리에 대한 법적인 보장도 필요하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근로기준법이나 표준취업규칙에서 노동자가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최소 수준에서 노동자의 병가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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