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시험을 통과해서 직장을 가지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너무 허탈합니다.”
2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학원가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인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데 대해 하나같이 ‘남의 일 같지 않다’거나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근로자와 취업준비생 모두 불만을 표출하는 가운데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8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인국공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고시생들은 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울분을 토했다. A씨는 “공항공사 소식을 접하고 많이 허탈했다”면서 “공부를 할 때도 힘이 안 나고 막막하다”고 밝혔다. 최모(27)씨는 “같은 직군은 아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공부에 집중하기도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시생들은 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두고 ‘역차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모(30)씨는 “성적을 가지고 선발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그냥 비정규직으로 들어왔다가 정규직이 되는 것은 너무 불공정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모(28)씨도 “경쟁을 뚫고 들어온 사람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준비하는 사람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원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모두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역차별 논란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인 공항공사가 1,900여명의 보안검색요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방침을 밝히며 불거졌다. 공항공사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평가받을 만큼 선호도가 높은 직장이어서 경쟁률이 세다. 지난해의 경우 입사 경쟁률이 무려 187.05대1에 달했다.
이에 공기업 취업을 준비해온 청년들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며 정부에 역차별 해소와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모(28)씨는 “공기업은 누구나 들어도 알 수 있는 학벌과 ‘고스펙’을 요구하고 공무원 시험도 절대 쉽지 않은 난도여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역차별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반드시 국민과 청년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고 역차별이라고 느끼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둘러싸고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공항공사 내부는 물론 국민적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청원경찰 정규직 전환 정책이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3일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그만해달라’며 청와대에 올라온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이날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이날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했다. 공항공사는 자료에서 ‘알바생이 정규직 된다’는 취업준비생들의 항의에 대해 “보안검색 요원은 공항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직무인 보안검색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라며 “보안검색 요원은 2개월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처우 문제에 대해서도 공항공사는 현재 보안검색 요원의 평균 임금 수준이 약 3,850만원이며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더라도 동일 수준의 임금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