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군 부대에서 부모의 재력을 이용해 부사관에게 빨래와 음용수 배달을 시키거나 ‘1인 생활관’을 쓰는 등 특혜를 누렸다는 ‘황제 군생활’ 병사와 관련, 감찰에 착수한 공군이 다수 의혹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세탁물·음용수를 배달한 간부가 해당 병사의 부모로부터 별로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와 외출장소 무단이탈 혐의 등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별도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24일 공군은 ‘황제 군생활’ 의혹이 제기된 서울 금천구의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3여단 본부 소속 A 상병에 대한 본부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해당 부대에 전입한 A 상병 관련 의혹은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금천구 공군 부대의 비위 행위를 폭로합니다’라는 고발글이 게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A 상병의 아버지가 최영 전 나이스 그룹 부회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공군본부는 청원글이 게시된 다음날부터 전담 감찰반을 편성해 자체 조사를 벌여왔다. 조사 대상 의혹은 당초 국민청원을 통해 제기된 ▲세탁물·음료수 배달 관련 부사관 심부름 ▲ 1인 생활관 사용 ▲ 근무지 무단 이탈 ▲ 샤워실 보수 공사 요청 ▲ 특정보직 배정 등 5가지 였다.
공군은 이 가운데 ‘세탁물·음료수 배달’을 제외한 4개는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공군 관계자는 1인 생활관 의혹에 대해 “A 상병이 냉방병과 우울감에 대해 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아 생활관 단독 승인이 났다”며 “A 상병은 생활관 냉방온도를 놓고 병사들과 갈등을 겪다 오히려 다른 병사들이 먼저 1인 생활관 사용을 건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샤워실 보수 공사 의혹과 관련해선 “A 상병 부모의 청탁 및 민원으로 해당 부대가 샤워실을 보수했다는 의혹 역시 전임 지휘관(3여단장)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며 “전임자는 A 상병 부모와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 상병이 부대에 특혜로 배속됐다는 의혹은 특기교육 성적에 따라 자대배치가 이뤄지는 공군 특성상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부사관을 통한 세탁물과 음용수 배달’ 의혹을 두고는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해 군사경찰 수사를 병행하는 중이다. 감찰결과에 따르면 A 상병은 평소 ‘피부질환’(모낭염, 피부염) 때문에 생활관 공용세탁기 사용이 어려워 매주 주말 가족 면회 시간에 자신의 세탁물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면회가 제한되자 부모를 통해 자가에서 세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소속 부서 간부에게 요청했고, 해당 간부는 3월부터 5월까지 13회에 걸쳐 세탁물을 전달했다. 또 세탁물을 A 상병 부모로부터 넘겨받아 돌려주는 과정에서 가방에 생수도 함께 담아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군사경찰은 해당 간부가 세탁물과 음용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A 상병 부모로부터 별도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별도 수사 중이다.
추가로 최근 A 상병이 진료 목적으로 외출을 한 뒤 자택을 방문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서울 강남에 있는 자택과 가까운 병원을 방문한 뒤 남은 시간 동안 집에 머물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감찰조사에서는 A 상병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A 상병이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인근 자택을 방문했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황제 군생활’에 이어 ‘황제 조사’, ‘반쪽짜리’ 조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군은 군사경찰 수사가 병행되고 있는 탓에 당사자 조사를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감찰조사를 통해 해당 부대 병사에 대한 지휘감독 부실, 업무수행 미숙 등이 식별됐다”며 “국민청원을 통해 제기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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