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코로나에 감염된 피해자인데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되었다. 나는 죄인입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심정을 담은 편지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회사 동료가 코로나19에 걸린 후 자신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이 확진자는 주변인들의 눈총에 시달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가족 신상이 공개되고 내가 신천지라는 둥, 다단계라는 둥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다”며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이 아픔보다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모든 걸 여기서 마감하고 싶다” “지옥 체험을 하고 있는 기분”이라고까지 적었다.
이어 “코로나를 내가 만들어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된 것”이라며 “나도 피해자 아니던가”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가족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그는 “텔레비전 뉴스에 동네를 찍어 방송하고 우리 아들은 어디 다니고 딸의 직업은 무엇이고 이런 걸 뉴스에 내보낸다”며 “이런 게 코로나 확진을 막는 데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한 가정을, 아니 한 동네를 죽이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치료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강조한 그는 “치료가 됐다고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 들고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라며 “나는 죄인”이라고 글을 마쳤다.
허 시장은 이 편지를 소개하며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라 공유한다”며 “확진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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