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인사나 연예인에게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 원장 등의 재판에서 언론에 발췌 보도된 원장과 간호조무사 간 녹음파일의 증거 제출에 관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병원장 김모씨 등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사건 공판에서 지난 2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씨와 간호조무사 신모씨의 통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파일은 김씨와 신씨가 지난해 8월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나눈 전화통화로, 한 유명 재벌가 인사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수차례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는 공익신고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신씨 측은 이 파일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일 뿐만 아니라 편집된 녹음파일”이라며 증거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 또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한다면 기소되고 나서 이런 증거들이 나와야지, 기소 예정된 건과 관련 있는 증거가 나오고 그 후 기소가 이뤄진다는 건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증거 제출이 되면 이 사건 재판에서 (파일이) 현출될 수 있고, 증거능력이 부정될 경우에도 재판장이 예단을 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제가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상태에서 뉴스타파 보도만 원용해 제출한 것을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면서 “공지된 뉴스마저도 증거로 현출시키는 것을 막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맞섰다. 검찰은 “(해당 뉴스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검색이 된다”고도 했다.
신씨 측 변호인은 “검색이 되는 기사라는 것과 현 재판에서 증거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증거 자체가 현재 공소사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특정 VVIP가 내원했고 그 사람에 대한 진료기록부는 없고, 투약 내역은 외국인 명의로 분산 기재됐다는 내용이 (공소사실에) 녹아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이 앞서 김씨와 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하면서 발생한 신건 재판과 병합돼 진행됐다. 검찰은 김씨가 프로포폴 사용 내역을 모두 기재하면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해 신씨에게 외국인이나 지인의 인적사항을 허위로 기재한 진료기록부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의 성형외과에서 피부미용 시술 등을 빙자해 자신과 고객들에게 148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신씨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하고, 불법 투약을 감추기 위해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 작성한 혐의도 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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