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후 공사 노조들 간 공방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사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 직고용 대상인 보안검색 직원들로 구성된 4개 노조의 의견도 엇갈리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인천공항공사가 노조간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공사 정규직 직원으로 구성된 인천공항노조는 25일 청와대가 있는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의 기습적 발표로 (유사 직역의) 자회사 노동자들은 혼란에 빠졌고 전환 대상인 보안검색 노동자는 고용 불안에, 취업 준비생들은 채용 기회가 줄어들까 동요하고 있다”며 “평등·공정·정의의 모든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는 적극 찬성한다”며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절차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당초 공사가 보안검색 요원들을 자회사 직원으로 우선 전환한 뒤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등을 개정해 직접 고용하기로 양대노총 등과 지난 2월 28일 합의해놓고 이를 일방적으로 어겼다고 주장했다.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하겠다는 공사의 방침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내놨다. 청원경찰이 도입될 경우 기존 국토교통부 단일 지휘체계에 경찰청이 추가되므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청원경찰은 60세 정년이 보장돼 비대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정규직 노조는 공사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정규직 전환에 대한 헌법 소원도 제기할 예정이다.
직고용 대상인 보안검색 요원의 경우는 노조별로 입장이 달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공사 보안검색 요원은 당초 ‘인천공항 보안검색노조’라는 이름의 단일노조 소속이었다. 그러다 올해노조 집행부의 소통 방식 등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보안검색운영노조’와 ‘보안검색서비스노조’, ‘항공보안노조’ 등 3개 노조가 더 생겨나 총 4곳으로 쪼개졌다.
기존 노조와 이들 3개 노조의 가장 큰 차이는 구성원이다. 기존 보안검색노조에는 상대적으로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사람들이 많지만, 새로 생겨난 3개 노조 중 규모가 가장 큰 보안검색서비스노조는 2017년 5월 이후에 입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사람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면접 등을 통한 적격심사를 통과해야 직고용되는데 ‘절대평가’ 방식인 데다 응시도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보안검색 요원들만 가능해 사실상 대부분이 합격할 전망이다. 반면 2017년 5월 이후에 입사한 사람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필기시험, 면접 등으로 구성된 공개경쟁 과정을 거쳐야 해 상당수의 탈락자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노조를 비롯해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이들은 공사의 직고용 전환을 환영하고 있지만, 보안검색서비스노조를 비롯해 2017년 5월 이후에 입사한 사람들은 탈용안정을 보장해 달라며 공사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자회사로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공사 보안경비 근로자들도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1,729명의 보안경비 요원은 이달 중 인천공항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로 자리를 옮긴다. 이들은 “보안경비와 보안검색은 업무 성격이 비슷한 데 보안검색만 직고용 되는 것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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