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사모펀드 관련 비리 의혹에 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설계’라는 말로 책임을 떠넘겼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임원들을 증인으로 불러 이와 같은 주장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은 이모 코링크PE 이사를 상대로 “코링크PE의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블루펀드)의 투자 대상은 웰스씨엔티이고, 이 투자대상을 정 교수에게 알려준 적 없지 않느냐”고 질문했고, 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 처음부터 웰스씨엔티의 영업·재무 상황이 좋지 못했음에도 조범동씨가 투자를 강행했고,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씨는 “추후 블루펀드가 ‘블라인드펀드’가 될 수밖에 없던 것이 그런 이유”라고 했다.
이 밖에도 변호인은 정 교수가 지난해 언론의 의혹 제기 전까지는 웰스씨엔티라는 회사 자체를 몰랐다는 정황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검찰은 웰스씨엔티가 중요하지 않은 ‘도관(통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저희는 ‘웰스씨엔티라는 배’에 (투자금이) 실린 만큼 쓸모없는 도관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범동은 우리를 계속 배에 태워 놓고, 우리가 탄 배를 안 가르쳐줬던 것”이라며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면 목적지에 못 가는데, 목표를 알고 있었다고 해서 투자대상을 안다고 하면 억울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시 블루펀드의 전체적인 자금 흐름을 두고 “최근 라임이나 옵티머스 등처럼 펀드 운용자가 부실기업에 돈을 밀어넣고 돌려막는 구조와 전체적으로 비슷하다”며 “정 교수는 이런 내용을 알았다면 거기에 (돈을) 태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 “결국 조범동이 (설계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것이 일반 사건이면 그쪽 방향으로 수사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도 말했다.
정 교수는 이날 영어 고문료 의혹에 관한 부분을 피고인석에서 직접 증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는 전직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이사 임모씨가 나왔다. 임씨는 코링크PE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WFM 경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영어교육 업체인 WFM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정 교수에게 매달 200만원씩 1,400만원을 고문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를 두고 정 교수와 조범동씨가 공모해 빼돌린 횡령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이 의혹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정 교수가 고문계약을 맺은 뒤 한 차례 팀 미팅에만 참석했고, WFM의 교재에 대해서도 한두 장 분량의 별 내용 없는 코멘트만을 해줬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 임씨가 ‘킥오프 미팅’의 강의를 부탁했으나 정 교수가 거절했고, 오히려 WFM의 주가가 떨어진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던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당시 나에게 교재 검토를 부탁하면서 박스를 택배로 보냈는데, 제가 받은 총 도서 숫자만 200권이 넘는다”고 직접 발언했다. 이어 “사이버 프로그램 체크도 부탁받았는데 전체 검토에 얼마나 걸리는지 아느냐”며 “검토에 두 달 이상 걸린다고 말한 것 기억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또 정 교수는 “킥오프 미팅 때에도 제가 그냥 거절했느냐, 아니면 ‘3월초에는 개강으로 바쁘니 시간을 정리해 주면 갈 수 있다’고 말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임씨는 “참석할 수 있다고 말은 했는데, 이후 웬만하면 빼달라고 했다”라며 “뉘앙스가 저에게는 (거절로) 들렸다”고 답했다. 임씨는 지난해 8월 사모펀드 의혹에 대응하는 자료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로부터 “의혹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도 크게 궁금해하고 있다”며 “이 자료는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되니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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