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법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원장 선출을 두고 파행 중인 여야가 좀처럼 타협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당이 야당 몫이던 ‘국회의 상원’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져간 것에 반발해 사퇴를 밝힌 후 돌아온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8석 모두를 가져가라”며 협상에 불응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 돌파를 명분으로 26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분위기다.
통합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고 주 원내대표를 만장일치로 재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어 45명의 통합당 의원을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하고 176석의 민주당이 제1야당을 뺀 채 6개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데 반발해 사의를 밝힌 바 있다.
돌아온 주 원내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우리만으로 할 수 있으니 양보할 필요 없다’고 했으니 그렇게 해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이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한 방법’을 언급하며 최근 일주일간 두 차례나 4일 제출된 3차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공개적으로 당부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국회의장실을 찾아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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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인 23조8,000억원의 빚(국채)을 내 만든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은 국회의 각 상임위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 원 구성도 안 된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조를 위해 23일 주 원내대표가 칩거하는 강원도 사찰을 찾았고 전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만났지만 소득이 없었다.
민주당은 추경을 명분으로 삼아 26일 본회의를 열어 예결위원장이라도 선출할 태세다. 이번 주 원 구성이 되지 않으면 추경 심사가 지연돼 6월 임시국회 종료 전날인 다음달 3일 추경 통과가 어려워진다. 민주당이 실행하면 15일 국회를 파행으로 가져간 법사위원장 선출과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또 여러 조건을 내밀고 시간 끌기 꼼수를 부리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26일 의원들에게 국회 비상대기를 요청했다.
이번에도 마주 보고 달리는 여야가 충돌할지, 제동할지는 박 의장이 본회의를 여느냐에 달렸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박 의장이 이날 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다만 원만히 협의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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