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이 2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의 조건부 사용 승인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EMA는 이날 산하 기구인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산소 공급이 필요한 폐렴 증세를 보이는 성인과 12세 이상 청소년의 코로나19 치료에 조건부로 렘데시비르 사용 승인을 권고했다고 공지했다.
EMA는 “렘데시비르는 EU 내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승인이 권고된 첫번째 약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권고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내주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라는 것이 EMA 측 설명이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로 애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회복 기간을 31% 줄였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코로나19 중증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일본 정부도 코로나19 치료약으로 렘데시비르를 제조·판매할 수 있도록 특례승인했다. 한국에서도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기로 결정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특례수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 렘데시비르의 가격이 얼마로 책정될 지 주목된다. 미국의 경우 렘데시비르의 권장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약물 유효성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미국 임상경제평가연구소(ICER)는 10일분 렘데시비르의 가격을 최대 5,080달러(약 611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달 1일 4,500달러(약 541만원)에서 약 12% 인상한 것이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할 경우 약 2,520~2,800달러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지난달 말까지 공급하는 약 14만명분을 무상기부하고 6월부터는 판매로 전환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월가에서는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로 올해 10억달러(약 1조2,025억원) 이상 벌어들이고,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수년간 수십억달러(수조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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