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정욱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의 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정종관·이승철·이병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홍모씨(19)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명인의 자식이긴 하지만 유명인 자식이라는 이유로 선처받아서는 안될 뿐 아니라 더 무겁게 처벌받을 이유도 없다”며 “유명인의 자식이 아닌 일반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나이가 아직 어리고 전과가 없으며 국내로 마약을 반입한 것도 판매 목적 반입이 아닌 것으로 보여 마약 확산 우려가 없다”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을 유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마약의 유혹에 한 번 굴복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유혹이 계속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다시 한번 유혹에 굴복해 재범할 때는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각별하게 유의하고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말했다.
이같은 재판부의 당부에 홍씨는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법정을 떠났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결심 공판에서 홍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당시 홍씨는 “한결같은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 주변 모든 분들의 위로와 격려, 절실한 기도로 조금씩 나아지겠다”며 “봉사활동와 독서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단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어 “선처해주신다면 앞으로 대학생으로서 열심히 생활하고 가족들의 사랑과 많은 분들 기대에 보답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고 덧붙였다.
홍씨 측 변호인도 “홍씨는 만 14세 부모의 곁을 떠났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타국에서의 유학 생활은 어린 홍씨가 감당하기 벅찼다”며 “그 과정에서 우울증을 잊고자 하는 마음과 호기심에 소량의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것”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또 변호인은 “홍씨는 범행에 응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정신적 장애의 이유로 용서받지 못할 것도 안다”면서도 “초범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형이 선고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검찰 측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홍씨는 지난해 9월27일 오후 5시40분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던 중 대마 카트리지와 향정신성의약품(LSD) 등을 여행용 가방과 옷 주머니 속에 숨겨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뿐만 아니라 같은해 4월 중순부터 9월25일까지 미국 등지에서 대마를 7회 흡연하고 대마 카트리지 6개를 매수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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