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이후 한미가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모양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25일(현지시간) 6·25 전쟁 70주년인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워싱턴DC 한국전쟁참전기념비 헌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표명하고 우려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상황이냐고 묻고 문재인 대통령 근황에 대해 문안인사를 하고 제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평화가 유지되도록 노력을 계속 해주길 바란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있는데 그건 아직 공개하기는 좀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긴박했던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대북 메시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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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루기 위한 외교적 해결을 북한에 촉구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미국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설정한 외교와 목표를 통해 진전을 이루는 데 여전히 열려있다”며 “미국은 남북 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이 역효과를 낳는 추가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꺾어지는 해’에 맞은 6·25 전쟁 70주년에도 대규모 반미 군중집회를 열지 않고 도발을 자제했다. 통상 북한은 매년 6·25 전쟁 발발일인 25일에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부터 올해까지 반미 집회는 중단된 상태다. 이는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 확대와 B-52 전략폭격기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미국의 명분을 차단하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한국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우회전략을 폈다.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한 뒤 사흘 만에 한미워킹그룹을 겨낭한 대남 비난 메시지를 냈다. 대외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한미실무그룹(한미워킹그룹) 해체는 남조선 민심의 요구’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가 파국적 위기에 처한 오늘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대양 건너 상전에 기대어 무엇인가를 얻어보려고 어리석게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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