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기술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대학 교육과정을 토대로 한 젊은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서울포럼 2020’의 패널로 초대된 학계·업계·정부 관계자 7인은 한국의 과학 인재 양성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30일과 다음달 1일 ‘포스트 코로나 국가생존전략:과학기술 초격차가 답이다’를 주제로 열리는 ‘서울포럼 2020’에 참여하는 학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연구개발 실적에만 한정된 교육 시스템 개선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이들은 현재 한국 과학기술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논문 중심으로만 평가하는 시스템을 지적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산학협력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오직 논문만을 주로 쓸 줄 아는 과학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며 “모든 연구개발 활동을 논문으로만 평가하고 귀결시키려는 평가 시스템을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면) 실무 연구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이런 시스템하에서 교육받은 젊은 과학자들이 많아져 우리나라 기업혁신과 경제혁신이 되지 못할까 큰 걱정”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역시 “대학원을 다니면서 의미 없는 논문을 찍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대학에서도 비대면 교육이 필수가 된 만큼 교육계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10년 내 절반 이상의 대학이 문을 닫거나 사라질 것”이라며 “대학들은 비대면 교육 시대에 빨리 적응해야 하며, 경쟁력 있는 몇 개의 강의 콘텐츠와 교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전에 강의내용을 온라인으로 숙지하고 토론과 실습은 전통 교육방식을 하는 교육방식을 준비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인 요즈마그룹의 이원재 아태지역 총괄 대표 역시 “교육시장은 매우 보수적인 분야로, 100년이 넘도록 변화가 전혀 없었지만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수요가 늘어나면서 교육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연적이라 본다”고 밝혔다. 비대면 교육이 미래 교육혁신의 중요한 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비대면 교육의 제공과 확산은 일자리 시장의 전반적인 질을 올리고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인적자원을 적응·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패널들은 뛰어난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학협력의 수준이 더 깊어지고, 장벽이 허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교수는 “분야 간 장벽, 학계와 산업체 간 장벽이 무너져야 경쟁력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창업도 활성화된다”며 장벽의 철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한수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대표 역시 “바이오 분야에서 산학 연결 프로그램이 밀접하게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는 뚝 떨어져 있어 산업과 학계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까지 같이 하는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능한 국내 인재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인재들이 마음껏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 못지않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패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김승환 교수는 “다양한 연구지원 프로그램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인재들이 자유롭고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지원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대학과 연구소에서 고급 연구인력이 둥지를 틀 수 있는 다양한 연구 플랫폼을 크게 확충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꼽았다. 박희재 교수는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국내 인재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여러 제도 개선 및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재 대표는 “이스라엘처럼 국내 인재를 창업으로 인도하고 지분을 갖게 해 사업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국가에 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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