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쟁을 끝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6·25전쟁 70주년 기념식 제안에 침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신 “자력갱생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자”며 내부결속과 경제위기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문 대통령의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 대해 28일까지 아무런 논평도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5일 북한에 대해 “우리의 체제를 강요할 생각도 없다”며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평화와 번영은 8,000만 겨레 모두의 숙원”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신 “우리에게 부족한 것도 많고 없는 것도 적지 않지만 자력갱생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면 뚫지 못할 난관이 없으며 점령 못할 요새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군사행동 보류 지시의 여파로 대남 비난도 싣지 않았다.
북한은 그간 문 대통령의 종전 의지에 공식적으로 동참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자신의 회고록에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과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종전선언 의제는 문 대통령 혼자만의 아이디어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에 “문 대통령이 원하는 종전선언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전직 통일부 장관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전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실제 무력을 행사하는 군사도발에 나서면 미군 개입을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 김 위원장이 군사행동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대북 전단 논란을 빌미로 남측을 압박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 내 불만을 외부로 돌리지 않으면 안 됐다”며 “남북경제협력 사업 재개를 반영한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한국에 압박하려는 노림수도 있었다”고 풀이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