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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힘 알기에… CEO는 코로나에도 책을 놓지 않았다

[다독다독(多讀多讀) 더 행복한 일터]

<상>책 속에 길이 있다

KB금융 임원, 주1회 비대면 저자와의 대화

유튜브 출연 롯데홈 CEO, 직원에 책 추천

독서에 꽂힌 지자체, 문화지수 우수 평가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지난 4월 28일 서울 본점에서 유튜브 연결을 통해 대구지점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B금융은 코로나 19로 대면 독서 토론 등이 어려워지자 비대면 방식을 통해 저자와의 토론 시간을 갖는 등 독서경영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제공=KB금융




지난 24일 오전 7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각 계열사 임원 80여 명이 온라인 회의 시스템에 속속 접속했다. 그룹 차원의 경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들의 눈과 귀는 대한해협 건너에서 회의 시스템에 접속한 ‘불황탈출’의 저자,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에게 집중됐다. 박 교수가 일본의 경제·금융 환경이 한국에 시사하는 점에 대해 설명하자 임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인구 구조 변화의 영향,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 등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평일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 온라인 상에서 진행된 열띤 토론은 다름 아닌 ‘KB 독서클럽’ 프로그램이었다.

KB금융 관계자는 “KB는 2007년부터 임원 대상 독서클럽을 진행해 왔다”며 “코로나 19 이전 저자와의 만남을 대면으로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이처럼 독서경영 방식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독서경영은 KB금융의 핵심 기업 철학 중 하나다. 임원들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인문학적 소양과 리더십, 경영 인사이트 등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라고 믿는다. 덕분에 KB금융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을 성공적으로 M&A(인수·합병)하며 국내 대표 금융그룹이 됐다. 디지털 전환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 관계자는 “코로나라는 예상 못한 장애물이 불쑥 튀어나오긴 했지만 임원들이 솔선해서 책을 읽고 학습하는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비대면 독서클럽을 구상했다”며 “코로나에도 독서 경영을 계속하다 보니 직원들도 내부 소통 채널을 통해 책 읽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신(가운데) 롯데홈쇼핑 대표가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완신 라이브’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사진제공=롯데홈쇼핑




KB금융 뿐이 아니다. 독서가 기업 경영의 필수요소라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은 기업들은 코로나 시대에도 책 읽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고 경영자(CEO)가 이런 시기일수록 독서가 중요함을 앞장서 강조하고 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사내에서 ‘북 소믈리에’ 역할을 한다. 먼저 책을 읽은 후 좋은 책이라고 판단되면 직원들에게 추천한다. 그는 지난 24일에도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직원들에게 최근 읽은 책을 추천했다. 코로나로 대면 토론이 어려워진 가운데 찾아낸 방법이다. 이날 이 대표가 추천한 책은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레질’이다. ‘안티프레질’이란 위험한 변수가 생길 때 더 단단해지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위기 속에 더 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했다.

롯데백화점의 요직이라 할 수 있는 본점 점장과 마케팅부문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롯데홈쇼핑을 이끌고 있는 그는 홈쇼핑 사업을 맡으면서부터 직원들에게 독서를 줄곧 강조해 왔다. ‘독서를 통한 글로벌 미디어 커머스 리더 육성’이라는 목표도 확실하게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CEO가 매월 추천도서를 직원들에게 공유하면서 솔선수범하고 있다”며 “분기별로 직원들에게 도서 구입을 위한 적립금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서 경영은 기업들에만 불확실성의 시대를 여는 열쇠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지방의 혁신과 발전을 꿈꾸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독서 경영의 중요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주의 그늘을 벗어나 ‘완주’라는 도시 브랜드를 확고히 하려는 전북 완주군이 대표적인 사례다. 완주군은 박성일 군수가 취임한 이듬해인 2015년부터 독서 경영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박 군수 개인적으로 군정에 필요한 지식 습득을 위해 책을 읽었지만, 이내 전 직원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하기 시작했다. 군청 곳곳에 책꽂이를 비치해 직원들이 수시로 필요한 책을 고를 수 있도록 했고, 필요한 신간 신청도 받아 제공했다. 김미경 완주군 중앙도서관팀장은 “직원들이 출근하면 아침마다 10~20분 정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며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시간엔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서를 포함해 문화 전반에 대한 군수의 관심은 도시의 문화 지수를 끌어올렸다. 완주군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지역문화 종합지수’ 평가에서 군 단위 지자체 중 3위로 올라섰다. 문체부가 3년에 한 번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완주군은 지난 2014년 5위를 차지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과 국가브랜드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 는 오는 31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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