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정권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민주화 세력을 자처해온 민주당이 해치운 셈이다.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이 유력했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부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과거 여당보다 의석을 좀 더 얻었다고 무소불위의 의회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176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친여 성향 10여석까지 합치면 개헌을 제외하고는 기업 규제 법안 등 웬만한 안건을 다 처리할 수 있다.
수십년간 뿌리를 내려온 의회민주주의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의회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여당은 ‘일하는 국회’를 내세워 야당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하면서 독주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폭주는 진영·이념 대결 증폭과 민주주의 퇴행을 초래한다.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독주하다가 국민들에게 심판받았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틈만 나면 ‘민주’와 ‘공정’을 외치는 민주당의 폭거는 더욱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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