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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끝내 상임위장 싹쓸이…'민주주의' 외칠 자격 있나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싹쓸이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나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벌였지만 야당의 주장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어 정성호 예결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였다.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한 것은 32년 만이다. 민주화가 시작된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여야는 상임위원장을 의석 수에 따라 안배해왔으나 이런 관행을 무너뜨린 것이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15일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선출했다. 여당이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뜻을 묻지 않고 상임위원을 일방 배정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군사독재 정권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민주화 세력을 자처해온 민주당이 해치운 셈이다.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이 유력했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부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과거 여당보다 의석을 좀 더 얻었다고 무소불위의 의회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176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친여 성향 10여석까지 합치면 개헌을 제외하고는 기업 규제 법안 등 웬만한 안건을 다 처리할 수 있다.

수십년간 뿌리를 내려온 의회민주주의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의회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여당은 ‘일하는 국회’를 내세워 야당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하면서 독주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폭주는 진영·이념 대결 증폭과 민주주의 퇴행을 초래한다.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독주하다가 국민들에게 심판받았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틈만 나면 ‘민주’와 ‘공정’을 외치는 민주당의 폭거는 더욱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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