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와 상무부가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따른 제재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지난달 29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보면 되겠습니다. 당시 큰 틀에서만 특별지위 박탈을 얘기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과 시한이 없어 사실상 빈껍데기라는 평가를 받았었는데요. 이날 나온 제재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제재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그 내용과 실질적 효과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상대적으로 제한적 효과"...비자 관세 등 얘기 없어
이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딱 한 달 만에 나온 첫 제재안이지만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홍콩의 교역규모를 감안할 때 이날 나온 새 제재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relatively limited)”이라며 “2018년 기준 홍콩은 미국 수출의 2.2%에 불과했으며 국방과 첨단기술 품목은 그 중의 일부”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도 “대부분 홍콩 경찰 등에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날 장 마감 후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도 0.2%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첨단기술 제한은 반도체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홍콩을 거점으로 중국과 사업을 하려는 업체들은 이제 그 길이 막혔기 때문이죠. 그 결과 첨단기술 기업들은 싱가포르로의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콩의 국제무역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방위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비자나 관세 문제에 대한 내용은 없다는 점입니다. 이번에도 핵심이 빠진 셈이죠. 한번에 큰 것들을 모아 발표해야 제재 대상국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는데 지금처럼 하나씩 하나씩 시간을 두고 내놓으면 충격도 덜합니다. 내성이 생기는 것이죠. 거꾸로 시장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주는 측면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이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같은 발언을 했지요.
하지만 “언제, 무엇을”이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그 근거가 드러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인권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홍콩 보안법에 따른 제재가 중국 정부의 무역합의 이행 철회로 이어질지 걱정하는 것이 트럼프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합의를 이유로 위구르족 탄압 책임자에 대한 제재를 미뤘습니다. 이날도 추가 제재에 대한 문만 열어놨지 언제 어떤 제재를 하겠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제재를 공개한 이유는 뭘까요. 이는 미국의 조치가 파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이 홍콩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겁니다. 홍콩 주권 반환일인 1일부터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시행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전에 트럼프 정부도 뭔가는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야죠.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가 중국과의 관계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렇습니다.
하와이서 서로의 패 확인...양국, 선 안 넘으려 노력
최근의 미중 관계를 보면 사실상 미 대선을 앞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최근 들어서도 비자 중단처럼 서로 한방씩 주고 받고 있지만 선을 넘지 않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미국의 홍콩 자치권 및 인권 침체 중국 관리 비자 제한 숫자가 한자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흘러나옵니다. 국무부도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 않았죠. 보통 정부가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을 때는 내용이 정말 중요하거나 아니면 별 게 없을 때입니다. 어차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입국제한에 올 수 있는 관리도 많지 않습니다. 중국도 맞대응으로 미국 관리에 대한 비자제한을 했지만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중국을 찾을 미국 정부 관계자는 극히 적습니다. 이보다 앞서서는 주미대사관을 통해 반박하면서 수위조절을 하기도 했죠.
중국 지도부의 핵심이익은 홍콩 국가보안법이고 미국은 무역합의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절충이 가능합니다. 서로 조심하고 있기도 하죠. WSJ이 “중국이 미국에 레드라인을 넘으면 무역합의가 위태롭다고 메시지를 조용히 보내고 있다”고 한 기사는 현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이 적정 선에서 조금만 세게 나가면 트럼프 대통령의 그토록 원하는 무역합의가 깨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단계적으로 조심스럽게 나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미국의 조치는 박탈 조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핵심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아직은 제한적입니다. 결국 11월 대선이 홍콩과 중국의 운명을 가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①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면 어떤 수를 들고 나올지 모르고 ②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 상대적으로 강력한 대중 정책을 쓸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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