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부터 시켰다. 귀와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얼굴을 부드럽게 잡았다. 덮여 있는 귀를 뒤집었다. 귀 속까지 꼼꼼히 씻어냈다. 헹군 뒤 털을 말렸다. 드라이하면서 부위 별로 빗질을 계속 해줬다. 털이 곧은 모양으로 마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까지 약 한 시간이 걸렸다.
이제 가위 컷이 시작됐다. 발 4개, 다리 4개, 몸통, 꼬리, 얼굴까지 섬세한 커팅이 이뤄졌다. 또 한 시간이 지났다. 마침내 미용이 끝났다. 촬영 때문에 평소보다 미용 과정을 간소화했다. 김좋은 슈앤트리 원장은 “보통은 개 한 마리 미용하는 데 (목욕까지 포함해) 약 서 너 시간이 걸린다”며 웃었다. 김 원장은 지치는 기색도 없이 말했다.
‘슈앤트리’는 동갑내기 부부 김좋은 원장과 김현진 대표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미용실이다. 부부가 키우는 푸들 두 마리 ‘슈’와’ ‘나무’ 이름을 합쳐 슈앤트리란 이름이 탄생했다. 이들은 미용실과 동명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채널을 개설한 이래 구독자 145만 명을 달성했다. 누적 조회 수는 26억 49만 회를 돌파했다. 김좋은 원장이 애견 미용을, 김현진 대표가 사업 및 유튜브 채널 운영을 맡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 애견미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물었다.
(김현진 대표) 저는 원래 영화 쪽을 전공했어요. 김 원장님은 꾸준히 애견 미용을 하며 경력을 쌓아왔고요. 저희가 연애를 굉장히 길게 했거든요. 웬만한 데이트는 다 해봤죠. 그래서 둘이서 새롭게 같이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됐어요. 김 원장님은 애견에 대해서 잘 알고, 저는 사진이나 영상을 잘 찍으니까 처음엔 단순한 생각으로 강아지 옷을 만들어보기로 했죠. 이때 슈앤트리란 이름이 만들어졌어요.
둘이서 새로운 일을 함께 한다는 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일을 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예쁘게 미용하고,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사진을 찍자’ 이렇게 3박자를 갖춘 콘텐츠가 있는 매장을 구상하고 싶단 욕심이 생겼어요. 이게 슈앤트리의 시작입니다.
고등학생 때였어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미용을 제가 직접 했는데 가족들이 샵에 맡겼냐고 물어보는 거에요. 그때 제게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고 애견미용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학생이라 돈이 없었기 때문에 국비지원 교육을 알아봤어요. 찾아보니 있더라고요. 혼자 학원에 전화해서 상담 받고, 다니기로 결정했죠.
동물병원을 추천해요. 처음엔 서툴다 보니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이때 동물병원에선 바로 응급처치가 가능해요. 수의사 옆에서 일하면서 반려동물 질병에 관한 지식도 쌓을 수 있어요. 저도 동물병원에서 일하면서 질병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어요. 이렇게 동물병원에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뒤에 반려동물 미용실로 이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저희 미용실에 다녀갔던 강아지가 다음에 또 왔는데 저를 너무 좋아해 줄 때 뿌듯해요. 예전에 이곳에 왔던 경험이, 강아지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단 의미로 느껴지거든요.
/도예리 기자 yer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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