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수사팀(여청 강력팀)은 신림동의 한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술에 취한 행인이 편의점 안에서 소란을 피우더니 자신을 성추행하고 도망갔다는 신고였다. 즉각 수사에 착수한 ‘여청 강력팀’은 편의점 인근 50여개의 폐쇄회로(CC)TV를 일일이 분석하고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신고 접수 36시간 만에 범인을 강제추행 혐의로 검거했다. 여청 강력팀 관계자는 “교대근무제로 돌아가는 여청 수사팀이었다면 범인을 잡는 데 통상 일주일이 걸렸을 텐데 주간근무를 하는 강력팀이 수사에 나서니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 2월부터 전국 9개 경찰서에서 시범운영 중인 여청 강력팀이 성폭력사범 검거시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해당 팀이 신설된 후 강간·강제추행 피의자 검거에 소요되는 시간이 6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올 하반기 여청 강력팀을 다른 경찰서로까지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2월부터 5월까지 여청 강력팀의 강간·강제추행 등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성폭력 사건 피의자 검거 소요일은 평균 15.5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존 여청 수사팀의 검거 소요일(43일)보다 64.1%나 감소한 것이다.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여청 강력팀을 도입한 것은 용의자를 특정하기 힘든 성범죄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성범죄 사건은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여청 수사팀이 담당해왔다. 하지만 여청 수사팀의 경우 24시간 근무를 한 뒤 이틀을 쉬는 3교대 체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건 접수 뒤 발 빠른 초동조치와 수사 연속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인 게 사실이다. 또 성범죄 사건 외에도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실종 사건도 함께 담당해야 해 접수된 성범죄 사건이 뒤로 밀리는 일도 있었다.
이와 달리 여청 강력팀은 오전9시~오후6시의 주간근무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연속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또 성범죄 사건 중심으로 배당을 받아 수사하기 때문에 피의자 검거시간을 대폭 줄일 수도 있다. 일선 경찰서의 여청 강력팀 소속 경찰관은 “피해자가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성폭력 사건은 최대한 빨리 범인을 잡아야 한다”며 “여청 강력팀은 성범죄 사건만 집중 수사하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를 확인한 경찰청은 올 하반기 여청 강력팀을 다른 경찰서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 여청 강력팀은 기존의 여청 수사팀 등에서 차출해 운영돼온 만큼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일선 서 경찰관은 “강력팀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려면 인원과 추가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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