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대북전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합성한 외설적 사진이 실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 대사는 관영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31일 (전단) 살포는 북한 지도자의 부인을 향한 추잡하고 모욕적 선전전의 성격을 띠었고 포토샵까지 이용한 저열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이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물론 주민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분노를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체고라 대사가 언급한 대북전단은 과거 탈북민단체가 뿌린 전단 가운데 포르노 DVD 표지에 ‘설주의 사랑’이란 제목과 함께 리설주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서울의 사랑’이라는 일본어 제목이었지만, 포토샵을 통해 얼굴과 제목을 수정했다.
더욱이 리설주가 북한 내에서 가지는 위상은 ‘최고 존엄’으로 일컫는 김 위원장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 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 줄곧 리설주를 대동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공식 영부인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또 북한 매체들은 리설주에 ‘여사’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또한 김일성 주석 조모인 리보익과 생모인 강반석, 김정일 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을 언급할 때만 쓰였기 때문에 리설주가 북한 내에서 그 정도 수준의 위상을 지니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대규모 합동군사연습(훈련)도 엄중한 위협이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최고 존엄에 대한 중상 모해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대북전단이 이미 7년 전에 살포된 것이라는 반박 주장도 나왔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우리는 이렇게 급이 떨어지는 것(대북 전단)을 보낸 적 없다”며 “우린 꼭 전단에 ‘탈북자들의 전위대 자유북한운동연합(북한인민해방전선)’을 넣는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가 대북전단이 살포된 시기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단의 내용을 잘못 인지하고 이야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대사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가 사실 관계를 잘못 알았거나 이와 유사한 리설주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또 다른 대북전단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