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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어르신 시집 ‘가로내띠기의 행복’ 펴내 화제

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 3년 노력 결실

하동군 상남ㆍ횡보마을 어르신 38명 삶 오롯이 담아... 시구마다 진하디 진한 정한, 여운, 지혜, 웃음 넘쳐

시집 ‘가로내띠기의 행복’ 표지. /사진제공=경상대




경남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과 횡보마을에 사는 평균 나이 80살 어르신들의 인생을 담은 시집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두 마을 어르신 38명이 101편의 시를 썼다. 처음엔 한글도 모르던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고 익혔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를 쓴 것이다.

시집 제목은 ‘가로내띠기의 행복’(도서출판 북인)이다. 시집 제목에서 ‘가로내’는 하동 횡천강의 순우리말이다. 가로내를 중심으로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의 역사를 시집을 통해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집이 나오게 된 사연은 흥미롭다.

경상대학교 인문도시 하동사업단과 하동군은 2017년부터 ‘하동, 秀, 茶纖水: 결의 인문학으로 물들다!’라는 주제로 인문도시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사업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은 이 사업의 하나로 ‘실버 세대를 위한 꿈결 인문학 체험’을 진행해 왔다. 사업은 횡천면 상남마을과 횡보마을에 살고 있는 어르신 들을 대상으로 시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이미 2010년부터 하동군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을 쓰고 읽도록 가르치는 문해교육을 해온 덕분이다.

게다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을 이끄는 강인숙 단장을 비롯해 경상대 교수, 강사들의 노력이 보태졌다. 강 단장은 하동문학관 최영욱 관장의 지지로 의미있는 시집 발간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상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하동문학관, 하동문인협회 회원들이 하나가 되어 어르신들의 삶을 시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행주 씨는 자신의 시 ‘가장 행복했을 때’에서 ‘남편이 독신이라 애기를 기다리다 / 첫아를 낳았을 때 우리 가정 / 웃음꽃이 활짝 폈지 / 시어머니께서 낮참 밤참 / 따끈하게 해다주면 신랑이 / “우리 각시는 배가 참 큰갑소” 하더라네 / 그때 어찌나 부끄럽던지’라고 하며 행복했던 날을 기억해 냈다.



박막달 씨는 ‘신랑이 멋져 보이기도 했어 / 첫날밤에 신방에서 저고리를 벗기는데 / 서로 부끄러워서 손도 안 잡고 잤어 / 입도 안 맞추고 / 그냥 남매처럼 잤어’라는 시로 ‘첫날밤’의 부끄러웠던 추억을 슬며시 꺼내놓았다.

박덕선 씨의 시 ‘어머니’는 아주 짧은데도 순간적으로 울컥하게 한다. ‘어머니 / 어머니 / 내 어머니 / 어머니 딸도 / 이제 이름 써요 / 박덕선’ 어린 시절 딸이라고,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한이 시구 사이로 왈칵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김분악 씨의 ‘일 공부 노코 / 글 공부하니 / 할딱 벗고 춤추듯 좋아졌네 / 배창수 거더쥐고 웃 것네’ 하동 사투리가 정겹다.

박권옥 씨의 ‘내 인생의 시작은 / 열둘 시댁 가족을 안고 살았다 / 구름 속에 달빛같이 흐렸다 / 흙과 땅을 다 섞어 강이 된 인생 / 그 강에 아들딸이 태어나고 자랐다 / 달빛 같은 내 인생 / 사십 명이 넘는 식구들 속에 / 보름달같이 환하다’ 짧은 시 한 편에 한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이 시집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는 오는 4일 오전 10시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회관에서 열린다.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시집 전달식만 간소하게 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경상대학교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진주=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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