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내 반(反) 중국 행위를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자 세계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다시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 중국과 홍콩을 “한 국가 한 체제”로 취급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베이징이 홍콩을 ‘한 국가·한 체제’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우리는 베이징이 즉각 항로를 되돌릴 것을 촉구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 국가·한 체제’라는 표현은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입법·사법·행정 등의 분야에서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한 국가·두 체제’ 정신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관세·금융 등에서 홍콩에 특혜를 부여하는 근거가 됐던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날 NSC 성명 외에 중국의 대표적 정보통신(IT)기업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통신업체 ZTE를 겨냥, 빗장을 거는 조치에 나섰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와 ZTE를 미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기업이 이들 회사의 신규 장비 구매나 기존 장비 유지를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성명에서 “화웨이와 ZTE 모두 중국 공산당, 중국의 군사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네트워크 취약점을 악용하고 중요한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고,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FCC가 지난해 11월 두 회사를 미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의결했으며 이날 명령은 이를 구체화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영국을 비롯한 20여 개 서방 국가도 중국 비판에 가세했다. 줄리언 브레이스웨이트 주(駐) 제네바 영국대표부 대사는 “우리는 중국과 홍콩 정부가 이 법(홍콩보안법)의 시행을 재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 국가를 비롯해 호주와 캐나다·뉴질랜드·스위스 등 27개 국가를 대표한 연설에서 홍콩보안법이 일국양제를 훼손하고 인권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국제법상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홍콩과 신장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명으로 홍콩보안법은 이날 밤 11시부터 정식 발효됐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법 제정에 반발하며 “홍콩은 권위주의의 공포 통치 시대에 들어갔다”며 데모시스토당 위원장 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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