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재차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ILO 3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심의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4시부터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양측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공조 및 미래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의 중요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말 출범한 새로운 EU 지도부와의 첫 정상회담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화상을 통해 진행됐다. 올해는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이면서 동시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서명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EU가 진행하고 있는 EU 개인정보보호(GDPR) 적정성 결정 협의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점을 환영하고 향후 빠른 결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GDPR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EU가 2018년부터 시행한 제도로, 기업들이 EU 시민에게서 수집한 정보를 ‘별도 허가(적정성 인증)’ 없이 역외로 반출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4% 또는 2,000만유로 중 높은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유럽 사업장에서 국내로 정보를 들여오다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예외적 지위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EU 정상들은 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우리 정부가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EU는 그간 우리나라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것은 FTA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에 따라 노동 3법 등의 국회 통과를 위한 정부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EU가 노동기본권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EU FTA 위반 문제를 제기해 무역분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입법이 이뤄져야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를 충분히 잘 설득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EU 양 정상들은 이날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양측은 녹색 전환과 디지털 변환을 경제회복 전략에 포함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등 한국판 뉴딜 추진 과정에서 한·EU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홍우기자, 세종=김우보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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