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라는 책에서는 호혜의 원칙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사람마다 상대에게 주거나 받으려는 양에 차이가 있는데 애덤 그랜트는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는 테이커(taker), 받는 만큼만 주고 주는 만큼만 받는 매처(matcher), 다른 사람의 이익을 생각하고 조건 없이 먼저 베푸는 기버(giver)로 성향을 구분했다. 연구에 따르면, 성공 사다리의 맨 아래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건 기버다. (…) 다 퍼주다가 망하는 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가장 성공한 이들 역시 기버라는 거였다. (…) 그럼 성공한 호인형 기버는 어떤 게 달랐을까? 그건 바로 테이커를 상종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을 돌보는 걸 잊지 않는 것이었다. (김수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2020년 놀 펴냄)
최근 한국 출판물 중 역대 최고 선인세를 기록하며 일본에 수출된 김수현 작가의 에세이에는 타인에게 후한 ‘기버’로 사느라 정작 내 인생의 ‘테이커’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반전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흔히 우리는 매사 ‘기브앤테이크’가 매너라 생각하지만, 세상사에 그런 공정거래는 흔치 않다.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는 ‘테이커’들이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몇 번쯤 기브앤테이크에 실패하고 마음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결국 망하지 않고 사는 길은 나도 ‘테이커’가 되는 것뿐이구나 하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성공 사다리 꼭대기에 오른 사람들은 ‘기버’들이었다. 단, ‘테이커’들을 단호하게 내치고 나 자신에게도 기꺼이 ‘기버’가 되어, 먼저 베풀고도 억울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 기버들이었다. 김 작가가 말하는 ‘호구와 호인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경계선을 지키는 데 있었다. 나를 착취하면서까지 남에게 퍼주지 않고, 내 호의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내준다. 현명한 기버의 삶은 좀도둑 같은 테이커보다 행복하다./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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