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윤석열 신드롬’이라 할만 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당제도(政黨制度)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당은커녕 국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판’에 발 디뎌본 적이 없는데도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단 한 번도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현재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놓고 보면 야권에서는 단연 1위다. 여권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야권 잠룡’이라 일컫는 것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야권 잠룡 가운데 유일하게 1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민심의 흐름을 세심히 살필 수 밖에 없는 ‘여의도’에서도 이제 대선판을 논할 때 그에 대한 얘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화두가 됐다.
적의 적은 친구 |
당시 보수와 진보는 조 전 장관 거취 문제를 놓고 진영 대결을 펼치는 양상을 보였다. 대체로 보수 진영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반감이 컸고 진보 진영은 윤 총장을 마뜩지 않게 봤다.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였지만 진영 입장에서 볼 때 실효성 있는 대응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윤석열호(號) 검찰이 보여준 모습은 보수 야당이 보인 모습과는 실효성 측면에서 달랐다. 일례로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조 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장에서의 가장 핫 이슈는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하느냐, 기소하지 않느냐였다. 거칠게 말하면 보수 야당이 진영 상당수가 바라는 바를 스스로 이뤄내지 못하고 검찰에 기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 전 장관은 진보, 윤 총장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각각 치환됐다.
뿌리 깊은 정치 불신 |
국민은 약자편 |
실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윤 총장이 ‘없음/모름·무응답’ 유보층과 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 등 범보수 야권 주자 선호층을 흡수해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없음/모름·무응답 유보층 중 일부가 약자편에 선 국민일 수도 있다. 최근 추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이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없음’ 층은 적은 차이이기는 하지만 이낙연 민주당 의원(10.8%)보다 윤 총장(11.0%)을 더 지지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30.8%)과 윤 총장(10.1%) 지지율 격차가 20.7%포인트라는 것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사실이다.
조사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2일부터 2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 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활용한 임의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4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이며 응답률은 4.1%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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