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기습적인 키스나 포옹은 형법상 폭행죄보다 형벌이 무거운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강제추행죄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자는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에 과잉처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1일 헌재는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여성 B씨와 C씨를 상대로 기습적으로 키스하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고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가 확정됐다.
A씨는 본인에게 적용된 형법상 강제추행죄가 폭행행위를 추행으로도 인정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298조를 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A씨는 앞서 상고심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하지만 헌재는 “폭행행위 자체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전제로 하는 이상 입법 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추행죄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한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 감정이 있으면 강제추행죄의 요건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이미 2011년,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심판 대상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이 사건에서도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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