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의 위치 선점으로 평화의 소녀상 옆 자리를 빼앗긴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가 새로운 장소에서 두 번째 수요시위를 열었다. 대학생들의 소녀상 연좌농성과 보수단체 맞불집회까지 동시에 펼쳐지며 일본대사관 앞 약 100m의 길에 세 개의 집회가 공존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1일 정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린 제1446차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검찰 수사 협조, 언론 대응, 피해자 지원사업 등으로 힘겨운 한 주가 또 지나가고 어김없이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이 이사장은 “이용수 인권운동가님의 첫 번째 기자회견 이후 8번째 수요시위”라며 “사람을 잃고 건강을 잃고 영혼이 털렸지만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다시 마음이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대구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만나 조직 쇄신과 운동 방향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알렸다. 이 이사장은 “우선 가칭 ‘위안부역사교육관’을 건립해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고 가르칠 장소가 절실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일 청소년 교류를 확장해 미래지향적 연대의 씨를 뿌리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이사장은 “이용수 인권운동가가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지역단체들과 협의해 더 가열차게 수요시위를 진행해 달라고 하셨다”며 “‘기왕에 진행되고 있는 지역별 수요시위에는 이 이사장과 함께 참석해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희망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100여 명의 시민이 함께해 힘을 보탰다.
수요시위의 원래 장소였던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개최됐다. 자유연대와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지난달 23일부터 7월 말까지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신고를 한 상태다. 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는 29일엔 ‘수요시위의 새 장소’인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도 집회를 펼치겠다고 신고했다. 이날 자유연대 등은 “동상(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윤미향과 정의연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생들의 소녀상 곁 농성도 계속됐다. 반아베반일청년공동행동 소속 대학생 20여명은 ‘보수단체로부터 소녀상을 지키겠다’며 지난 23일부터 9일째 소녀상과 자신의 몸을 묶고 연좌농성 중이다. 이날 이들은 ”2015년 한일 합의 후 우리가 농성한지 1646일째”라며 “친일 무리가 난동을 피우는데 우리가 이 자리를 떠날 수 있겠나”라고 외쳤다.
이날 경찰이 각 집회 장소를 에워싸는 등 질서유지에 나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자리 싸움’에 경찰 측은 난처함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소분할을 통해 각 단체 집회를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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