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적으로 항명하면서 검찰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 동일체’ 원칙이 사라진 만큼 검찰 내부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항명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이날 주례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평소와 달리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 대체했다. 대검 관계자는 “일정이나 사정이 있을 경우 종종 서면대체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날 서로를 향해 원색적 비판을 내놓은 다음 날에 따른 영향이라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 간 갈등의 시작은 윤 총장이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을 꾸리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인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으면서다. 이에 중앙지검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윤 총장에게 사실상 ‘손을 떼라’고 공개 항명했다. 중앙지검은 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고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달라고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이에 대해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린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하지만 윤 총장의 지휘를 받는 이 지검장이 상급자에게 이처럼 강하게 항명하는 것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검찰청법은 ‘수사의 정당성에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지휘와 재가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사실상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간부급 검사는 “이 지검장이 특임검사 임명까지 거론하며 ‘초강수’를 두자 검찰 내부에서도 놀라는 분위기”라며 “윤 총장은 자신을 향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격보다 이 지검장의 공격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내에서는 이 지검장의 항명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당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수통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중앙지검 내 보고 라인에 있는 한 사람이 대검과의 갈등을 계속 언론에 공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조직 내 갈등을 밖에 알리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항명이 ‘이의 제기’ 수준을 넘어선 사실상 ‘지휘 거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대검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 목소리도 있다. 다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라 대검의 감찰이 객관성을 갖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만에 하나 특별검사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면 칼자루는 여당이 쥐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으로 검찰 내홍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며 “윤 총장이 차라리 특임검사 수준에서 이번 사태를 봉합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