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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억해야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

3월 타계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

필생의 역작 '동학농민혁명사' 출간

새 세상 꿈꾼 민초들의 저항과 전진

"동학 정신은 미래의 역사적 자산"

지난 3월 타계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사진제공=문체부




지난 3월 타계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생전 ‘동학농민혁명’ 연구에 집중했다. 인간 평등을 원하면서 반외세·자주 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민초들의 꿈에 대한 연구를 평생 놓지 않았다. 또한 선생은 동학농민혁명에 담긴 정신이야말로 민족의 미래를 든든하게 받쳐줄 기둥이라고 여겼다. 이에 선생은 사료 연구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역사 현장을 직접 살폈고, 동학농민군 후손을 만나 증언을 수집해 철저히 고증했다. 심지어 조선 관료들의 기록과 일본의 기록물까지 샅샅이 훑었다.

그래서 신간 ‘동학농민혁명사 1·2·3(교유서가 펴냄)’은 선생의 인생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가 세상에 남긴 유언이기도 하다. 그는 농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시대적 배경 분석에서 시작해 전개 과정, 꿈과 좌절을 세세하게 서술한 후 이들의 봉기가 어떻게 우리 삶의 이정표가 되었고 왜 미래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지를 책에 남겼다.



새로운 세상 꿈꾼 민초들의 혁명사
책은 총 3권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1권 ‘조선 백성들, 참다 못해 일어서다’에서는 1862년 삼정 문란과 전국 농민 봉기 등을 소상하게 다룬다.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조정은 미봉책으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농민군 토벌 작전에 나선다. 이를 두고 선생은 “프랑스혁명 직전의 부르봉 왕조처럼 어리석게도 눈과 귀를 꼭 닫았다”고 평가한다. 또 일제히 일어서면 흰 구름이 뭉친 듯 했고 앉아 있으면 푸른 죽창이 빽빽했던 농민군 묘사를 통해 “일어나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라는 말의 유래를 알려준다.

2권의 제목 ‘침략에 맞서 들불처럼 타오르다’다.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하고 친일 개화 정권을 수립한 것으로 모자라 청일 전쟁까지 일으키자 농민군의 분노가 끓어 오른다. 침략자를 몰아내기 위해 다시 봉기했지만 일본군에 결국 짓밟힌 안타까운 과정이 담겨 있다.



3권 ‘갑오년 농민군 희망으로 살아남다’는 전봉준 등 농민군 지도자들의 최후와 후손들의 고난을 다룬다. 친일파로 변절한 배신자들과 끝까지 지조를 지킨 투사들을 대비시킨다. 농민군이 다시 항일 의병이 되는 과정도 소개한다. 특히 3권에서는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맞아 이를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1937년 한학자 야산 이달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선생은 평생 민족의 역사 연구에 매진했다. 지난 3월 타계하자 정부는 선생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선생은 책 에서 “농민군의 지향과 정신은 미래의 역사적 자산이 되고, 통과 화해는 민주주의 구현에 잣대가 되고, 반외세·자주의 지향은 통일의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도 “역사는 기억해야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고 후세에 당부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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