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4.9%로 낮췄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황으로 내년 말이 되더라도 올해 초 경제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IMF의 더 큰 우려는 주가와 같은 금융지표가 경제 실체를 반영하지 못한 채 따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도 최고가를 경신했고 1,400대로 떨어졌던 우리의 코스피지수도 최근 2,100 전후로 회복했다. 산업생산이 지난해에 비해 5.6% 감소하고 제조업 가동률이 63.6%로 그야말로 바닥 수준을 보이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주가가 오른 이유는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제로금리를 채택하고 국채 등 자산을 꾸준히 매입해 달러를 시중에 풀었으며 우리나라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175조원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동성 공급 조치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특히 미국·유럽·일본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며 자본시장에서 선진국에 편입되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돈줄 조일 때를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제일 신경 써야 할 경제 주체는 코로나19 발생 후 정부가 우선해 금융을 지원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은 3∼5월 38조원 늘어 회사채와 주식 발행에 의존한 대기업보다도 많았다. 정부는 이에 더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기한을 오는 9월 말까지 연기했다. 코로나19라는 긴급 상황에서 아예 연체 가능성까지 차단해준 것이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그 이후 어떻게 할지를 고민 중이라고 했지만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부실 징후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비정상적으로 계속 연장해줄 수는 없다. 실제로 은행들도 충당금을 더 쌓으며 유동성 축소를 염두에 두는 눈치임을 기업도 깨달아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GDP의 100% 수준으로 금융시장이 동요할 때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는 그 선별적 방식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을 통한 조절 기능을 오히려 제약했다. 특히 갭투자를 막는다고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바람에 주택담보대출보다 연체율이 두 배로 높은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유동성이 축소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정상적인 금융 흐름을 회복하려면 기업 구조조정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두산·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쌍용자동차 등에 대해 기업 여건에 따른 선별 지원 및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몇몇 기업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구조조정 전문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역할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KAMCO의 채권 발행 한도와 기업구조혁신펀드 규모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정부든 산업은행이든 KAMCO든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책임 소재를 묻지 않음으로써 성장과 재도약이 가능한 산업·기업 구조로의 재편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기업 내부 혁신을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은 사실 기업 차원에서 널리 확산해야 효과가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정보통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렌터카로 세계 2위의 시장을 확보했던 허츠가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 미 연준이 최대한 돈줄을 풀고 있는 때에 일어난 일이다. 수익성을 키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돈줄이 조여지기 전에 정신을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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