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해가 갈수록 적자가 커지는 추세는 막을 수 없습니다. 지상파가 독점하던 시대 설계된 제도, 평균주의, 온정주의를 혁파하겠습니다.”
공영방송 KBS가 인력 감축과 조직 재설계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오전 여의도 본사에서 이 같이 밝히며 △인건비 비중 축소 △사내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 △자회사 성장 전략 마련 △수신료 현실화 추진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 해소 등 5가지 핵심 과제가 담긴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연 1,000억 만성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KBS는 우선 2023년까지 인건비 비중을 현재 35%에서 30% 이하로 낮춘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부터 4년 동안 1,000명 규모의 감원이 필요하다는 게 KBS 설명이다. 1,000명 가운데 900여 명은 정년퇴직으로 인해 자연 감소하며, KBS는 정년퇴직 인원 외 추가 감축을 위해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할 예정이다. 신입사원은 지속해서 채용한다. KBS는 올 하반기까지 전체 직무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설계한 뒤 인력을 배치하고 신규 채용 규모를 산출할 계획이다. 양 사장은 또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를 손보겠다”고 말했다.
KBS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제를 대폭 확대하고 성과 보상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삼진아웃 등 저성과자 퇴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과급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원가관리 전담팀을 신설, 소요 인력과 제작 기간, 동원된 시설 등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산정작업을 할 예정이다. 다만 임금체계 전환과 퇴출제도 강화는 노사합의 사항이라 KBS는 노조와 충실히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양 사장은 이날 혁신안 발표에서 관행으로 굳어져 온 일부 인사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연차 촉진, 시니어 인력 활용, 안식년 대신 현업 선택 기회 부여, 분기별 퇴직의 월별 퇴직 전환 등이 그 내용이다. 아울러 본사와 계열사의 관계를 재정립해 계열사 간 유사·중복 업무를 통합하고, 필요할 경우 합병 등 구조개편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화두가 되는 수신료 현실화도 언급됐다. 양 사장은 “KBS가 명실상부한 국가 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원의 70% 이상이 돼야 한다(현재 45%)”며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몇 년 내 사업 손익에서 수지 균형을 맞추겠다는 각오로 내부 경영 혁신을 이룩할 때, 비로소 (수신료 현실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며 하반기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출범해 사회적 합의의 물꼬를 트겠다고 설명했다.
KBS 임원진은 이번 경영혁신안 발표를 앞두고 회사가 처한 위기에 경영진이 책임지고 혁신에 돌입하겠다는 각오로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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