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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으로 몰아 탄원서까지 강요"…故최숙현 지인이 올린 국민청원 보니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오전부터 오후 1시까지 최 선수와 관련해 올라온 국민청원만 모두 5건으로 최 선수의 지인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동의인 2만6,000명을 넘어섰다.

청원인 A씨는 글에서 “최숙현 선수를 운동을 좋아했다. 피와 땀,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정신을 동경했다”며 “그러나 참되고 바르게 지도해야 할 감독과, 함께 성장하고 이끌어 주어야 할 선배,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팀닥터는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슬리퍼로 (최 선수의) 얼굴을 치고 갈비뼈에 실금이 갈 정도로 구타하였고 식고문까지 자행했다”며 “참다못해 고소와 고발을 하자, 잘못을 빌며 용서해달라는 사람이 정작 경찰조사가 시작되니 모르쇠로 일관하며 부정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뒤이어 등장한 최 선수의 또 다른 지인이 올린 청원글에는 좀 더 상세한 가혹행위 정황이 나타나 있었다.

청원인 B씨는 ‘폭압에 죽어간 ‘故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해결해주십시오‘라는 글에서 “2020년 2월, 최숙현 선수의 심적, 육체적 상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폭력에 시달리는 그녀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지인들의 권유로 최숙현 선수는 법적 절차를 개시했다”며 “그러나 법적 절차 개시 이후, 故 최숙현 선수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도 비참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도움을 요청한 모든 공공 기관과 책임 있는 부서들은 그녀를 외면하였고, 사건의 해결보다는 그것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다”며 “최숙현 선수 본인이 폭행을 당하던 당시의 녹취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를 당한 측에서는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여 자신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를 당한 측은) 前 경주시청 소속 선수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내가 때린 것 본적 있냐’는 말을 쏟아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이드 라인 (최숙현 선수는 원래 정신병이 있었고 자기 컨트롤이 안되고 정신적으로 이상한아이다, 본인들은 이런 폭력에 목격한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을 제시하며 탄원서 작성을 강요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B씨는 “상기된 바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운동하면서 때리고 심한 욕설을 하는 것은 일상이었다”는 점을 전제하며 최 선수가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수들에게 당했던 4가지 유형의 폭력을 폭로했다.

B씨에 따르면 감독과 팀닥터 등은 최 선수가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콜라를 시켰다는 이유로 체중을 측정했고, 몇 백 그램이 불었으니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빵? 그럼 죽을 때까지 먹게 해줄게’라며 빵 20만원어치를 사와서 ‘다 먹을 때까지 잠 못 잔다’고 협박했다. 그들은 새벽이 지나도록 최 선수에게 빵을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게 했다.



또 최 선수가 아침에 복숭아 1개를 먹은 것을 감독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체중이 줄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찼으며,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하고 밀치는 등의 일련의 폭행을 20분 넘게 지속했다.

B씨는 “감독은 그 상황을 방관했으며, ‘내가 너네 때렸으면 너희는 진짜 죽었을 것’이라는 폭언을 했다”며 “또한 ‘팀 닥터 선생님이 알아서 때리시는데 아프나? 죽을래?’라는 질문을 연발했고, 최숙현 선수는 ‘아닙니다’를 반복하여 답할 수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녹취록에 따르면 팀닥터는 최 선수가 ‘거짓말’을 했다며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이에 더해 이들은 최 선수가 살을 못 뺄 때마다 3일씩 굶기는 가혹행위를 일삼았으며, 슬리퍼로 뺨을 때린 뒤 ‘내 손으로 때린 게 아니니 때린 게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도 했다고 한다.

청원인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됐던 가해자들과의 오래된 질서와, 팀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폭언을 밖으로 세어나가게 하면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의 조성으로 인하여, 그간 故 최숙현 선수는 물론, 팀에 있었던 다른 선수들도 쉽게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며 “최숙현 선수가 비록 살아있을 때는 누리지 못했던 평안을 죽어서만큼은 편히 누릴 수 있도록,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 그리고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처절한 심정으로 간곡히 호소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최 선수가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에서 감독, 팀닥터, 일부 선배들에게 지속적으로 가혹행위와 괴롭힘 등을 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최 선수가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 등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며 올해 초부터 감독, 팀닥터 등을 고소하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을 넣는 등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최 선수의 좌절감은 커졌다며 “2차 피해가 심각했고 너무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이용 의원 제공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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