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를 지낸 최숙현 故 선수가 전 소속팀의 가혹 행위를 신고한 뒤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최 선수는 올해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팀 선배 일부를 고소했다.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하고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특히 경주시청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하고,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거나,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하고, 슬리퍼로 뺨을 맞는 등의 ‘피해 사례’가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었다.
지인들은 “고 최숙현 선수가 공공 기관, 책임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고 했다.
안타까운 사연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최 선수의 지인들은 현재까지 2개의 국민청원을 게재했다. 현재까지 동의 수는 1만여명 정도로, SNS로 국민청원 게시글이 퍼지고 있는 만큼 동의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원에는 “경주시청(소속팀)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의원도 1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은 최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숙현 선수가 겪었을 고통과 괴로움을 생각하면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스포츠공정위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가장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철인3종 협회는 현재 자체 조사 중이며, 다음 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대한체육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엄중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체육회는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클린스포츠센터와 경북체육회 등 관계 기관의 감사와 조사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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