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온 경기도 화성 일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이춘재(57)에 대한 경찰의 재수사가 첫 살인 사건 발생 이후 34년 만에 마무리됐다.
2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살인 14건과 성폭행 9건이 이춘재의 범행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과학 기술의 발달로 재감정이 가능해지자 9차 사건의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증거물에서 지난해 8월 별도의 살인 사건으로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것을 확인한 경찰은 경기남부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편성해 재수사를 진행해왔다.
수사본부는 이춘재가 살인 14건과 성폭행 34건의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이춘재는 어떤 사건에서 본인의 DNA가 검출됐는지 알지 못한 채 온전히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범행에 대해 진술했다”며 “범행 현장과 피해자를 직접 보고 경험한 정보에 기반한 진술이어서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이춘재가 진술한 34건의 성폭행에 대해선 9건의 범행에 대해서만 이춘재의 범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배 청장은 “살인사건에 비해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사건 발생 때와는 지형적 변화도 많아 범행 일시와 특정이 어려워 추가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이춘재가 군대 전역 이후 주체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등 욕구불만 상태에서 자신의 주도권을 나타내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춘재는 범행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게 됐고 범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고 조사했다.
앞서 경찰은 프로파일러들을 소집해 심리검사, 진술 및 행동 특성 분석, 사이코패스 평가 등을 통해 이춘재의 범행동기를 분석해왔다.
배 청장은 8차 살인 사건 관련해 경찰의 위법 수사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 청장은 “윤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자백,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과 검사 등 8명을 직권 남용·감금 등 혐의로 입건했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배 청장은 “이춘재를 조기에 검거하지 못해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은 경찰의 큰 과오였다”라며 “범행의 피해자와 유가족,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모씨 등 무리한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