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루키가 된 기분입니다.”(박상현)
“직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문경준)
2일 경남 창원의 아라미르CC(파72)는 안개와 구름으로 다소 침침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더없이 화창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휴업을 끝내고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총상금 5억원)으로 2020시즌의 막을 열어젖혔다.
KPGA 정규 투어 대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10월13일 끝난 제네시스 챔피언십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지난 4월로 예정됐던 개막전을 포함해 5개 대회가 줄줄이 취소됐고 1개 대회는 오는 8월로 연기됐다. 그동안 선수들은 직장이 없어져 생활고를 겪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개막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나름대로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막막함 때문에 마음고생이 컸다. 2018년 상금왕을 차지한 박상현(37)은 경기 시작에 앞서 “정규 투어 16년 차인데 다시 신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설렘과 긴장감을 드러냈다. 아들 셋을 둔 지난 시즌 대상(MVP) 수상자 문경준(38)은 “직장에 다시 출근한 기분”이라며 “오랜만의 경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개막전 첫날부터 선수들은 코로나19에 보복이라도 하듯 화끈한 버디 경쟁을 펼쳤다.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한 최호성(47)의 표정이 가장 밝았다. 일본을 주 무대로 하는 최호성은 지난해 12월 일본 투어 최종전 JT컵 이후 7개월 만의 출전인 이날 대회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적어내 지난해 염은호가 2라운드에서 세운 코스레코드와 타이를 이뤘다. 아내 황진아씨를 캐디로 동반한 그는 첫 홀인 10번홀(파4)부터 이글로 개막 축포를 쏘아 올린 뒤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8개를 쓸어담는 맹타를 휘둘렀다. 최호성은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함께 생활하는 아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해 결정했고 당분간 동행할 예정”이라면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선전의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아내 황씨는 “갤러리만 했지 캐디는 난생처음이라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남편은 일본에서도 (전담이 아닌) 골프장 소속 캐디와 우승한 적도 있을 만큼 대부분 혼자 알아서 경기를 하는 편”이라며 활짝 웃었다. 최호성은 국내에서 2승, 일본 투어에서 3승을 기록 중이다.
이창우와 이정훈이 나란히 8언더파 64타를 쳐 최호성을 1타 차로 뒤쫓았다. 최진호(36)와 장승보·이성호도 7언더파 65타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KPGA 투어 통산 7승의 최진호는 2016년과 2017년 대상을 2연패한 뒤 유럽 투어 활동에 주력하는 선수다. 이동민(35)과 장타자 김봉섭, 일본파 박재범, 권성열 등은 6타를 줄였다. 이동민은 12번홀(파3·160m)에서 7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이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을 누려 시즌 첫 홀인원의 주인공이 됐다. 2009년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은 4언더파, 박상현은 3언더파, 문경준과 김경태는 2언더파로 첫날을 마쳤다.
한편 이날 구자철 KPGA 회장은 2월 취임 후 처음 열린 대회를 맞아 경기를 시작하는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격려했다. KPGA 투어는 당분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창원=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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